정찬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 빨대를 자르고 붙여 나가는 방식의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이다.
작가의 작품을 구성하는 주 재료인 빨대는 무성하게 우거진 산세비에리아 뜰과 그 속에서 노니는 도마뱀, 발화하는 순간의 꽃망울의 형태로 재탄생하며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태동과 신비를 표현하는 재료로 사용되어왔다.
2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인 'Artificial Spectrum'은 작가가 빨대라는 인공의 재료로 정교한 자연물을 만들어냈던 기존 작업방식에서 점차 구체적인 이미지가 사라지고 단순화되는 변화 과정을 담았다.
마치 빛의 스펙트럼처럼 그리드를 그리면 순환하는 듯한 조형물은 돌과 같은 모양으로 빛의 입자처럼 표현이 되었는데 총 600개의 작은 조형물이 응집된 설치 작품이며 약 17만개의 빨대를 사용했다.
또한 1층 윈도우 갤러리에서 빨대 부산물을 이용하여 제작한 작품이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신작을 만드는 데 쓰고 남은 빨대로 더미를 만들고 그 위로 천장을 향해 상승하는 듯한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다. 소멸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특성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생성되는 미적 순환을 담고자 했다.
작가는 신작들을 통해 자연물의 형태 구현에서 벗어나 플라스틱 빨대라는 재료 자체를 극대화시키며 현대 산업사회를 대변하는 플라스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넘어 물성 자체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신작뿐 아니라 도마뱀과 산세비에리아가 우거진 정원이 한 켠에 꾸며져 마치 정글 속 수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자아내며 남녀노소가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전시로 구성된다.
한편, 이번 전시는 2013년 가송재단과 동화약품 주최, 공아트스페이스 기획으로 진행된 '2013 가송예술상' 대상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으로 진행된 전시이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