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2014년도 국정감사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최근 3년간(2012년부터 2014년 8월말까지) 입장객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대카드와 아시아나항공 회원카드 및 제휴카드 소지자 4만 6000여 명에게 억대의 무료입장 및 할인 혜택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3년부터 11월부터 2014년 8월말까지 현대카드 프리미엄 카드 소지자 8322명을 무료로 입장시켰으며 현대카드 플래티넘 카드 소지자 2412명에게 입장료 50%를 할인해주었다. 이들 현대카드 소지자 1만4000여 명이 무료 및 할인 받은 총금액은 3700여만 원에 달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2년 12월부터 2014년 8월말까지 아시아나 항공 회원카드 및 제휴카드 소지자 2만4000여 명을 무료 입장시켰으며 1만1600명에게 입장료 20%를 할인해줘 모두 3만5000여 명에게 무료 및 할인 혜택을 줬다.
정 의원은 덕수궁관은 아시아나 카드 무료 및 할인 입장객 현황이 각 전시별로 통계가 없어 전체 현황으로 추정했을 경우 아시아나 회원카드 소지자 무료 할인 금액은 1억여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카드 및 아시아나 회원카드 소지자 4만6000여 명에게 억대의 무료 및 할인혜택을 주는 대신에 일반관람객 70여만 명으로부터 입장료 25억6000여만 원을 거둬들였다. 즉 한쪽에서는 억대의 무료 및 할인 혜택이 돌아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값을 주고 전시를 관람했던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카드와 아시아나 회원카드 등 소지자에게 무료 및 할인혜택을 준 이유는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이들 회사들과 업무제휴를 맺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카드사에 카드회원에게 무료 및 할인 혜택을 주는 대신에 현대카드로부터 미술관 통합 운영관리시스템 구축과 전시 등에 수억 원을 후원받기로 계약했다.
아시아나항공 회원 카드 소지자에게 무료 및 할인 혜택을 주는 대신에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운임 할인, 미술관 홍보 영상물 기내 상영 등의 편의를 제공받기로 계약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업들과 후원협약을 체결하며 서로 이익과 편의를 주고받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특정한 신용카드 및 회원카드 소지자에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이 기업의 이윤추구와 영업활동의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또한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는 대부분 소득 상위 계층만이 소지할 수 있는 카드로 이를 소지할 능력이 되지 않는 일반 관람객 및 저소득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 같은 문제가 있음에도 후원사의 특정 카드 소지자들에게 무료 및 할인혜택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관련 전시품 관람 규칙에서 관람료 면제 조항이 모호해 관장의 관람료 면제 권한이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품 관람 규칙’ 제5조(관람료의 면제 등) 제1항에 따르면 기획전이나 외부기관 또는 단체 등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전시 등의 경우에는 관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람료를 면제할 수 있으며, 그 밖에 관장이 관람료를 면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을 면제할 수 있다.
즉 관장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관람료를 면제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진후 의원은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중추적 미술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운영 행태를 보면 상업주의로 경도되고 있다”며 “기업들에게서 후원을 받아 운영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미술을 대표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본의 이윤창출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