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구성원들은 김 이사장이 후계구도를 세운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공은 교육부로 넘어간 상태다. (CNB=도기천 기자)
비리혐의 김경희 이사장, 맏딸 이사 선임
건국대 비대위, 집회·성명 등 강력 반발
유족·교수협 “이사장 후계구도 정한 것”
학교측 “설립자 장손녀…아무 문제없다”
건대 노조와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등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최근 보름새 잇달아 성명을 내고 “유씨의 이사 선임은 교육부가 김 이사장의 연임승인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김 이사장이 자신의 딸을 이사장으로 세우려는 의도”라며 김 이사장 일가의 퇴진을 촉구했다.
건국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 100여명은 지난 26일 학교 행정관 앞에서 김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뒤, 이사장실로 진입해 농성을 벌였다.
김관형 총학생회장은 “여러 비리로 건국대에 큰 손실을 입힌 이사장이 교육부의 행정처분에 계속 불복하고 연임의 뜻을 밝힌 이상 학교를 사랑하는 학생으로서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이사장을 위한 학교가 아닌 학생을 위한 학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김 이사장의 자발적인 퇴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에는 건국대 교직원, 병원 노조 등으로 구성된 건대노동조합협의회(건노협)가 집회를 열어 “학교법인이 부동산 수익사업(스타시티)에 실패해 216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에 시달리자 건대병원의 전출금을 늘리고, 대학의 전입금은 줄이는 방법으로 건대 구성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반발은 김 이사장이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황에서 김 이사장의 딸이 신임 이사에 선임된데 따른 것이다.
건국대 이사회는 지난달 20일 이사수를 11명에서 12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변경안과 김 이사장의 재선임(연임)을 가결했다. 이달 11일에는 이사회 만장일치로 김 이사장의 장녀 유자은 씨를 법인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사회가 김 이사장의 후계구도를 서둘러 확정지으려는 데는 교육부가 사실상 김 이사장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12월 건국대에 대한 감사 결과 김 이사장이 ▲수익용·교육용 기본재산 임의 사용 ▲부당한 자금차입 ▲비리 총장 의원면직 처리 ▲이사장 업무추진비 등 공금 유용 등 10여건의 비리·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적발 사항 중 8건을 검찰에 고발하고, 김 이사장에 대한 이사장 지위를 박탈했다.
하지만 건대 재단은 서울행정법원에 임원승인취소중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이달 30일까지 한시적으로 김 이사장의 이사장 지위를 유지토록 했다. 교육부는 이에 반발해 항소한 상태다. 교육부가 이런 상황에서 김 이사장 연임을 승인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관계자는 “학내 분규로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한데다 검찰 기소로 (김 이사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이사장 연임 승인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오는 30일까지만 임시지위가 유지되기 때문에 다음달 1일부터는 다시 교육부의 임원승인 취소처분(이사장 자격 박탈)이 효력을 발휘하게 돼 자연인 신분이 된다. 더구나 김 이사장의 잔여 임기는 다음달 12일까지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29일 현재까지 답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상 연임을 거부하고 있는 뜻으로 비춰진다. 재단 측이 김 이사장의 장녀를 서둘러 이사에 선임한 것도 교육부 안팎의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설립자 조카인 유만윤 씨는 CNB 기자와 만나 “김 이사장이 당초 사위 홍모씨를 이사로 영입해 후계자로 낙점하려 했으나, 반발이 심하자 딸에게 물려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조카 딸(유자은)에게 스스로 알아서 도의적 판단(사임)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유씨는 “김 이사장은 스타시티, 더클래식500 등 수천억원대의 부동산 투자사업을 진행하면서 설립자의 창학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건국대는 그동안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선이사 파견할까?
앞서 검찰은 지난달 김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재단 소유 아파트(스타시티 펜트하우스, 99평형)에 재단 자금 5억7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벌인 뒤 2007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5년 8개월 동안 자신의 주거공간으로 무상 사용했다. 검찰은 업무상 배임금액을 약11억4000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판공비·해외출장비 등의 명목으로 총3억6500만원을 법인회계에서 지출해 대출금 변제, 개인여행경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고 있다. 김진태 전 행정부원장과 정인경 재단 상임감사로부터 인사청탁을 받고 총 약2억5000만원을 챙긴 사실도 확인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17일 교육부가 김 이사장에 대해 제기한 임원취임승인 취소사유 10건 가운데 대부분을 “취임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건국대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상당부분 혐의를 벗은 상태며, 유죄 판결로 확정될 때까지는 이사장직 활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사로 선임된 유자은씨 또한 설립자의 장손녀로서 자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비대위와 유족 등 학교구성원들은 최종결정권자인 교육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사회의 전횡과 학내 갈등으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힘들게 된 만큼 교육부가 관선이사를 파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교수협의회 소속 한 교수는 “부동산투자와 전횡으로 불어난 빚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메우고 있는 현실에서 김 이사장만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이사장) 측근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건재한데다, (이사장의) 딸이 다시 그 자리에 앉는다면 건국대는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