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는 순수 미술가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의 창작 작업에 종사하는 113명 예술가들의 다양한 드로잉 270여점이 소개된다.
드로잉은 사유의 첫 걸음이자 사유의 흔적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변화하는 과정의 기록에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엿보고, 예술가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독창적인 움직임과 창작 과정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드로잉을 통해 순수한 사유의 방식으로서 '손'의 작업을 환기해 디지털에서 벗어난 아날로그적인 사유에 대해 고민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청조갤러리 1전시장 ‘드로잉, 스케치의 일상성’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매체를 사용하여 일상적인 소재를 담아내는 ‘스케치’에서 순간의 감성과 인상을 속도감 있게 포착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구상도와 개념도’는 보다 큰 범위로서의 확장된 드로잉 – 의상 디자인, 문학, 만화, 사진, 건축, 식물학 등 –에서 사유의 진행 과정을 서사적인 흐름으로 유추하고 그 안에 함축된 시간의 경과성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2전시장 ‘드로잉의 자동기술automatism’은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는 행위의 자적이다. 제작자의 선을 떠나 자동적으로 화폭을 가로지르는 ‘선’의 율동에서 풍부한 감성의 흐름과 그 자체만의 약동하는 생명력을 포착할 수 있다.
4전시장에서는 초벌 단계로서의 밑그림 혹은 초고라는 의미를 지닌 ‘에스키스’의 개념을 확장시켜 ‘모든 작품에는 여전히 열린 표현 가능성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전제로 다량의 작품들을 잠재적 에스키스로 선보인다.
미술관 관계자는 2013년부터 1년간 이어온 개관전 ‘진실의 순간’(소장품展)에 이은 첫 번째 기획 전시인 '드로잉'전은 ‘사유의 시작과 그 ‘과정’을 통해 뮤지엄이 앞으로 추구할 방향 – 종이와 손 중심의 사유하고 힐링하는 뮤지엄 –의 밑그림이라고 전했다.
기계화되고 디지털화되어 가는 작업 방법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순수한 사유의 방식으로서 ‘손’의 작업을 환기하고자 하는 것은 삶의 피폐함을 치유하고 생각하는 삶을 지향하는 뮤지엄의 미션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