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의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부스틸은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정권의 유색인종 차별정책인 아파르헤이트 시대와 그 이후인 포스트-아파르헤이트 시대를 언어의 변화라는 측면에 관심을 갖는다.
정치와 사회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혈통을 작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자신의 역사관과 사회 인식을 회화적으로 반영해 온 그는 히틀러나 마오쩌뚱, 마가렛 대처 등 한 시대의 정치 사회적 판도를 뒤흔들었던 역사적 인물을 내세워 폭력과 권력의 현대사에 주목한 초상화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영국 로열아카데미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카를라 부스틸은 당시 졸업 전시회에 출품한 13점의 작품 모두를 세계적인 현대미술 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구입하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거친 필치와 과감한 색채, 마치 동화책에서 나올 듯한 인물들에 아프리카의 전통 가면을 덮어놓은 것 같은 화면은 지역적인 화가의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가면들을 쓴 인물들은 제 상상 속에서 나온 인물들입니다. 특정 정치적 사건이나 역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합쳐서 화면에 담아 내려 했죠"
부스탈이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군복이나 제복 등 저 마다 정치, 민족, 종교 등의 특정 성향을 드러내는 복장을 하고 있지만 모두 가면을 쓰고 있어 인종이나 성별을 모호하게 드러낸다.
자신의 작품을 "조롱과 정치의 어색한 만남"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인식이란 역사처럼 절대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온전히 이해될 수 없는 것이라 설명한다.
카를라 부스틸이 한국에 선보이는 'A Change of Tonge'전은 작가 개인이 나고 자란 조국의 특수한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했지만, 그 부조리한 권력의 정치학은 남아프리카공화국만의 특수성을 넘어 통용되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시대와 우리 사회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을 오가며 전시를 진행하는 카를라 부수틸이 한 시대의 정치나 역사적 인물을 내세워 폭력과 권력에 대한 초상 작업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1월 26일까지 진행된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