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기자 | 2014.09.18 08:51:42
시공미디어(대표 박기석)가 출간한 ‘짦은 이야기, 긴 생각’(이어령 저)은 영상메시지 형식의 KBS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어 많은 감동을 주었던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75편을 엮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짧은 이야기, 긴 생각’이라는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나듯이 이어령 박사 만의 독특한 메시지 전달법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 책의 형식은 매우 간결하고 읽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75편의 에세이는 한 편당 길어야 3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각 에세이는 마치 시처럼 단락을 끊어 써서 시각적으로 읽기 편하다.
마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텍스트를 읽는데 익숙한 현대인을 배려한 듯한 느낌이다. 에세이 한 편을 읽는데 드는 80초라는 시간도 사람이 편안하게 집중하기 가장 좋아 뉴스 한 꼭지 시간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1분 30초에 가깝다.
하지만 에세이가 주는 감동의 깊이와 식견의 넓이는 결코 간결하지 않다. 이 책은 아버지, 어머니, 이솝우화, 스마트폰 등 우리 주변의 이야기부터 고대 그리스, 조선시대 등 역사 전반까지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한다.
영어, 불어, 고대 그리스어, 한자 등의 어원은 물론 고려 때 지어진 계림유사에 나오는 이두까지 풀어 세상과 언어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는 에세이들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감동(感動)’이라는 한자를 풀어 ‘느껴야 움직인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에세이나, 창을 가리키는 영어 ‘window’를 바람의 눈(wind+eye)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 소개하며 다양한 해석을 전개하는 에세이 등은 ‘아하’를 외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어제’, ‘오늘’, ‘모레’라는 단어는 순수한 우리말을 쓰지만 ‘내일’이라는 단어는 한자를 쓴다고 소개한 에세이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더 먼 미래에 대한 우리 민족의 잠재적 인식까지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거북선이 거북 모양인 이유, 증기기관을 발명한 사람이 정말 제임스 와트인가에 관한 에세이 등은 저자의 깊은 학식을 현대의 대중들에게 맞게 쉽게 풀어 전달하는 ‘이어령 식 메시지 전달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느껴야 움직인다’에서는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2부 ‘길을 묻다’에서는 지식보다는 지혜를 넓히는데 도움을 주는 에세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3부 ‘작은생각 큰마음’에서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지식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스마트 맙’을 쓴 하워드 라인골드에 관한 에세이에서는 한석봉의 어머니처럼 규격에 맞춰 길들여진 숙련공보다 햇빛이 쏟아지는 벌판, 360도로 열린 광장에서 가르칠 것을 강조한다.
책 후반에 수록된 ‘깊이 읽기’에서는 각 에세이의 배경이 된 실화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가 주는 감동, 지혜, 통찰력은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없는, 그러나 현대에 꼭 필요한 내용들이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