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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신상호 '그가 빚고 불의 신이 구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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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기자 |  2014.09.12 09:37:49

▲11일 서울 압구정로 예화랑에 설치된 서피스 앤드 비욘드 작품 앞에서 작업을 설명하고 있는 신상호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흙에서 한지로 보여줄 수 있는 수묵담채, 동양의 사상을 풍겨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50년간 생활 도자에서 평면, 조형, 건축 등으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의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온 신상호(67) 작가가 상업화랑에서 첫 번째 전시를 앞두고 세상에 던진 그의 새로운 목표이다.

신상호 작가는 색과 도판의 질감이 가지는 한계에 도전하며 그 동안 무수한 작업을 펼쳐왔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불에서 구운 그림의 다채로운 표현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9월 12일부터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예화랑에서 최근 작업인 '민화'시리즈와 '서피스 앤드 비욘드(Surface 'n beyond)'작업을 공개한다. 1995년 아프리카 미술에 매료되어 시작한 '아프리카의 꿈(Dream of Africa)' 시리즈에서 확장된 동물 초상 작업도 함께한다.

▲신상호, 'Surface 'n Beyond'. 71x3.5x100cm, Glazed Ceramic, Steel frame, 2014.

새롭게 단장한 예화랑 1층에 설치된 '서피스 앤드 비욘드'작업은 그의 도자 작업 여정의 마지막 목표를 보여주는 신작이다.

불의 기운을 받고 탄생한 도판들은 텁텁하고 두꺼운 색감에서 벗어나 마치 섬유 위에 물감이 얇게 스며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흙판에 유약으로 그림을 그리고 불 속에 넣으면 자화되는데, 어떤 포인트 지점에서 녹아서 물처럼 된다. 그때는 자기 마음대로 흘러서 서로 섞인다.”며 “그날의 기후와 완전연소냐 불완전 연소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은 싫증나지 않아 좋다고 웃었다. “깊고 맑은 색을 내는 고려청자의 비색은 우러나오는 색이다. 우리가 표면에 일부러 색을 칠해서 나오는 색이 아니어서 언제 봐도 지루하지 않다.”

한지에 멋들어지게 배어나는 수묵담채와 동양의 사상을 풍겨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전한다.

신상호 작가가 흙의 전통 개념으로서 그릇을 벗어나 새로운 존재를 확인하는 작업의 결과이다. 그가 새로운 작업을 통해 도자 영역의 확장을 추구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후학들에 대한 애정이 결합된 까닭이 있다.

"도예라는 것이 학교시절 늘 서자 취급을 당하는 느낌을 버릴 수 없더라고요. 내 제자들은 이러한 풍토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80년대 중반부터 그릇에서 벗어나 조형으로 옮겼고, 건축과 만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예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여정을 보여주려 합니다."

▲예화랑 신상호 개인전 전시전경.(사진=왕진오 기자)

반세기 넘는 시간 흙을 가지고 세상과의 교감을 실천했던 작가의 작품들 중 앞면과 뒷면이 다른 패턴으로 구성된 '민화' 시리즈와 동물 부조 작품은 18일부터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이후에는 볼 수 없다.

신 작가는 "12간지와 민화시리즈는 예화랑과 이화익갤러리 전시가 끝나면 더 이상 세상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데 여생을 보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가 평생 이어갈 작품은 수묵의 멋을 보여주는 ‘서피스 앤드 비욘드’ 작업이다. 1층 벽면에 걸어놓은 이 작품은 오랜 세월 사용된 견고한 창틀과 흙판에 유약으로 그림을 그린 뒤 고온에 구워낸 ‘구운 그림(Fired painting)’을 결합해 탄생했다.

그는 이를 “스며드는 작업”이라며 “내가 그리는 게 아니고 불이 그린다”고 표현했다. “내가 그리지만 스며들어 가는 것은 불이 결정하므로 결국, 불이 그린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흙으로 이야기를 했던 작가가 평론가들에게 작품으로 공감을 이끌어냈던 작업을 통해 순수미술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신상호의 작품들은 10월 8일까지 전시된다.

CNB=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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