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갑을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구조속에서, 명백하게 하도급법 위반행위가 적발됐음에도 과징금·고발 등 추가제재가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의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정위는 ‘기술 탈취’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LG하우시스가 시정명령에 그친 연유를 살펴봤다.
하청업체에 금형 상세 설계도면 15개 요청
공정위 “파급효과 크지 않아 ‘시정명령’”
‘기술 소유권’ 누구에게 있나 여전히 논란
공정위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지난 2011년 12월~2013년 6월까지 수급사업자인 중소업체 A사에게 15개 창호 등의 제조를 위한 금형 제작을 위탁하면서 구두·이메일 등으로 금형 상세 설계도면을 요청해 수령했다.
A사가 LG하우시스에게 제공한 자료는 금형의 각 부분별 상세도면, 주요 부분 제조방법, 제작시 유의사항 등을 노트 형식으로 포함하고 있어 A사의 기술적 노하우가 포함된 기술자료로 확인됐다.
LG하우시스는 시험생산 과정에서 금형을 수정·보완하거나 하자 발생시 유지 보수를 위해서는 설계도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공정위는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제공 요구의 정당화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LG하우시스에 대해 향후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지 않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기술자료 제공과 관련해 비밀유지, 대가 등 주요내용에 대해 사전에 수급사업자와 협의하고 그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해 제공토록 시정조치했다.
“기술 빼돌린 정황 없어”
A사가 LG하우시스에 제공한 것이 기술적 노하우가 담긴 자료라고 공정위는 분명히 언급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정명령에만 그친 이유는 이번 사건을 과징금을 부과할 정도로 중대하거나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봤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1일 CNB와 통화에서 “LG하우시스가 기술을 빼돌려 이를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정황이나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됐다”며 “3년간 A사와 거래를 하면서 대부분인 400건은 설계도면을 직접 주고 이대로 만들라고 했고, 이번 15건만 예외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400건에 대한 도면에 웬만한 노하우가 다 들어가 있어 A사가 자체 제작한 15개 금형은 독창적인 기술이 아닌 LG하우시스에서 배웠던 것을 재조합해 만들었고 하자보수에 활용하려고 했을 뿐으로 기술 탈취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A사는 LG하우시스에서 늘 그려준 설계도면으로 제작을 진행해 왔고, LG하우시스는 15건에 대해서도 별 문제라 생각안하고 자료를 받은 것 뿐이라는 판단이다.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임을 확인했음에도 불구, 원기술이 대기업에 있었고 기술을 빼앗으려는 등 특별한 의도가 없어서 제재수위를 낮게 고려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원래 LG하우시스의 기술이라고 봐도 되느냐 하는 부문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LG하우시스 측도 총합적으로 A사의 기술을 자사의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LG하우시스 관계자는 CNB에 “중소기업과 지속적으로 금형 설계 노하우를 공유해 왔었고 기존에 제공했던 설계도면을 기초로 A사가 15개를 제작한 것”이라며 “이 부문이 하도급법상 보호되는 기술자료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