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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주, 단절의 역사 고전차용의 임모화로 전통회화 맥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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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기자 |  2014.09.11 10:59:41

▲장용주, ‘기억의 저편’. 1301, 905x61cm, 종이에 혼합재료, 2013.

한국인의 감성영역을 다루는 메타비평가 역할을 수행하는 작가 장용주가 한국고전을 작업에 끌어들여 단절의 역사로 인해 발생한 감성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과 실험의 작품들을 9월 11일부터 서울 종로구 안국동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선보인다.

장용주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고전차용은 전통회화를 전공한 후 범본을 베껴 그리는 임모 분야 전문가로 자리잡아온 그의 이력으로부터 나온다.

그의 임모화는 몇졏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그의 임모가 회화의 방법으로서만이 아니라 실재영역에서 쓰이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는 1990년대 고구려고분벽화의 빛바랜 벽 색깔을 재현하고 그 위에 벽화이미지 일부분을 그려넣는 '기억의 벽' 연작을 발표했다.

배경을 이루는 벽색깔의 표현하기 위해 그는 단색조의 부드러운 색채를 사용하여 큼직큼직한 면분할로 화면구도를 짜는 색면추상의 경향을 보이면서, 동시에 거친 붓질의 추상표현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옛무덤벽그림 외에도 신사임당의 초충도, 정선의 산수도와 같은 여러 가지 고전들을 차용했으며, 거기에 아이들의 낙서 같은 자신의 일상 모티프를 개입시키기도 했다.

▲장용주, Beyond the vestige 1408, 69x94cm, 알루미늄 판에 혼합재료, 2014.

2000년대 들어서도 그는 베끼기와 짜깁기에 근거하는 고전차용의 재현회화적 요소를 지속하면서도 미니멀한 색면추상의 요소를 강화한 '기억 속에서' 연작들을 발표했다.

사진적 재현과 회화적 재현을 병치한 이 연작들은 회화를 닮으려는 사진과 사진을 닮으려는 회화 사이의 갈등과 조화를 한 화면에 압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발표하는 신작들은 두 가지 기법으로 나뉜다. 첫째는 아크릴 표면에 전동드릴로 흠집을 내는 스크래치 기법이다. 투명한 아크릴 표면에 생긴 흠집들은 보는 각도나 빛의 각도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그 형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둘째는 그림 위에 에폭시를 바르고 그 위에 스크래치를 가하고 다시 그 위에 에폭시를 바르고 스크래치를 가하는 과정을 반복한 에폭시 패널 스크래치 그림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층위 속에서 희뿌옇게 드러나는 역사의 실체를 찾아내듯이, 그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그라지는 고전의 형상을 희뿌연 물질 위에 새겨둠으로써 아련히 흩어지는 과거와의 감성적 만남을 주선한다.

종이 위의 브러쉬 페인팅으로부터 아크릴패널과 에폭시 패널 위의 전동드릴 스크래치로 확장한 그의 새 언어는 감성비평을 향한 그의 고전연구가 상징투쟁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전시는 21일까지.

CNB=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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