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는 '대한민국 조각가 포럼'을 이끌고 있는 연제동 작가를 중심으로 국내 조각계의 원로 및 중견작가 13인 김경옥, 양화선, 신달호, 임승오, 지경수, 황영애, 허난숙, 오상일, 김정희, 김선영, 박근우, 박윤자가 참여해 대리석, 유리, 브론즈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설치 및 조각 작품 5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모인 13인의 작가들은 ‘집’이라는 공간과 조각이라는 입체적 조형물이 과연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의미를 구축해가는 지에 대해서 열린 질문을 제기한다.
금속공예가 김승희씨의 옛집을 개조한 하우스 갤러리인 반디트라소의 공간적 특성을 살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공간 확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달할 수 있는 작품들이 설치된다.
작가 임승오는 ‘시간의 조형화’라는 주제를 들고 나왔다. 보이지 않는 과거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을 조형화해 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시간의 굴레’시리즈를 선보인다.
시간의 흐름과 관계 속에서 꽃피고, 열매를 맺고 또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연의 순환 과정을 조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에게 있어 ‘집’의 근원인 자연에서 시간이 어떻게 만물을 변화하는지를 작가는 응시한다.
조각가 박근우는 화강석과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단단한 물성을 가진 존재가 파괴되면서, 새로운 시작이 열리는 시점을 빛으로 포착한 ‘리뉴’(Renew) 시리즈를 선보인다. 또 김선영은 가방이나 옷, 반지와 같은 일상 용품을 소재로 우리 삶의 시간과 흔적을보여준다.
한편, 2007년 대한민국 조각가 100인이 모여 결성한 ‘대한민국 조각가 포럼’을 이끌고 있는 작가 연제동은 ‘사랑과 행복은 존재하는가?’라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삶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하는 고독한 순간들을 감수성 짙게 표현하고 있다.
또 작가 박윤자는 ‘집. 정원. 사람’이라는 주제로 빛이 투과되는 특성을 활용한 유리 작품으로 보여준다. 계단 천정이나 테라스 유리문에 설치되며, 자연광과 작품 그리고 공간이 만들어내는 삼박자는 은은한 하모니를 선사할 것이다.
작가 양화선과 황영애, 지경수, 김정희는 집을 진정으로 집답게 만들어주는 요소인 자연, 그 중에서도 나무와 꽃과 같은 생명력을 주제로 삼았다.
양화선은 10년 전 어린 묘목을 사다 작업실 주변에 심었다가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되어 주위를 지켜주는 나무를 소재로 하여 테이블과 의자 같은 생활 속 오브제의 형상을 작품화했다.
일상의 오브제를 끌어들여 우리 생활 속에 조각이 더욱 친숙하고도 깊숙히 자리 자리잡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황영애 작가는 아침과 여름 풍경에서 잎과 꽃으로 피어나는 생명의 순간을 포착하고 지경수 작가는 무성한 나무의 형상을 대리석의 흰 질감을 통해 그려냈다.
김정희는 현무암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활용해 생명체가 자신을 존속하기 위해 진화하는 몸부림의 과정을 포착했다.
이밖에 풍요의 세계를 쫓는 인간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브론즈 작업을 통해 형상화한 작가 김경옥의 작품과 고독, 소외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군상을 날카롭게 잡아낸 오상일, 집과 인간이라는 소우주 그리고 나무와 인간을 통해 시공간의 흐름, 순환적 구조를 표현하는 작가 신달호, 목재에 염색한 가죽과 실크 천 등을 덧대서 새로운 에너지를 끌어내려 시도한 허난숙 작가의 작품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