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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오락가락 행보…결국 KB금융 쓰나미사태 키웠다

[심층취재] 최수현 금감원장 vs 임영록 KB회장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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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9.05 16:00:11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뒤엎고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발표하고 있다.(왼쪽) 이번 결정 이후 이 행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사실상 사퇴를 거부한 임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KB 사옥에서 퇴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오른쪽)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KB금융에 대한 징계 수위를 번복하는 등 혼선을 빚는 바람에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KB사태를 더 키워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가에서는 KB에 대한 최수현 금감원장의 사심(私心)이 지나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다. 금감원은 왜 유독 KB에 집착하는 걸까? ‘불편한 진실’을 CNB가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중징계→경징계→다시 중징계 ‘오락가락’
최 원장 “KB 꼭 손본다” 강경 의지 비춰
KB금융 경영공백 ‘금감원 책임론’ 부상  

금감원은 4일 KB의 양대 최고 경영자(CEO)인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눠지는데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에 해당된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 주 전산기 전환사업과 이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수차례 보고를 받았음에도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고,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이 행장은 주 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해 11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았음에도 위법과 부당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금감원의 징계 결정까지는 무려 3개월이 걸렸다.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지난 5~6월부터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하겠다는 엄포성 예고를 해왔다.

하지만 감사원이 금감원의 중징계 강행 추진에 태클을 걸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감사원은 “KB카드가 KB은행에서 분사할 때(2011년 3월) 신용정보보호법에 따라 승인받지 않고 은행 고객 정보를 가져간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금융위의 유권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금융지주회사법48조에는 신용정보법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와 자회사가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감사원은 신용정보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이 서로 배치되는 조항이 있음에도 이를 정비하지 않은 금융당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과 감사원 간의 신경전 등으로 제재가 늦춰지자 정치권이 신속한 징계를 주문하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제재 절차를 중지할 이유가 없다며 빠른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자 금감원은 KB카드의 고객정보 공유 건은 일단 덮고,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방향을 틀었다.

금감원은 지난달 21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 자정을 넘긴 기나긴 회의 끝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각각 주의적 경고인 ‘경징계’ 제재를 의결했다.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혼돈의 KB, 당분간 '안개정국'

이로써 KB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4일 금감원이 다시 중징계로 제재 수위를 높였고, 이에 따라 이 행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KB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형국이 됐다.

문책경고는 중징계이긴 하지만 사퇴해야할 정도는 아니다. 남은 임기를 채울 순 있지만, 이후 3년간 금융권 임원 선임 자격이 제한된다.

그럼에도 이 행장이 금감원의 징계 발표가 있은 직후 “이 시간부로 사임한다”고 밝힌 것은 징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임 회장 또한 ‘진실규명’을 강조하며 최 원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임 회장은 “앞으로 KB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절차를 통해 주전산기 교체 관련 진실, 즉 부당압력 행사 및 인사개입 등에 대한 ‘오해’가 명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금감원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KB안팎에서는 임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금감원의 중징계는 최 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최 원장은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에도 불구하고, 중징계로 마음을 바꿨다. 금감원 징계 절차는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금감원장이 최종 승인하게끔 돼 있다. 심의위 결정을 금감원장이 거부한 경우는 드물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CNB에 “최 원장의 이번 결정은 KB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강력한 표현으로 보인다”고 귀뜸했다.
  
최 원장의 이런 태도는 징계를 둘러싼 후속조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 원장은 KB금융 이사회 이경재 의장, 국민은행 김중웅 의장을 만나 특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이른 시일 내에 금융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임 회장 등에 대한 중징계를 최종 확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는 사실상 임 회장에 대한 사퇴압력이나 다름없다. 임 회장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징계 사태로 KB는 수개월째 업무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은행 어느 지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 원장, 유독 KB 집착 ‘왜?’

최 원장이 왜 유독 KB에 대해 집착하는 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최 원장이 KB사태를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었는데 제재심의위가 경징계로 결정하자 최종결정권자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징계심의위는 자문기구라 최 원장의 결정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심의위 내부에서도 (KB징계 수위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 금피아(금융+마피아) 심리가 작용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금피아’는 정부 관료 출신들이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등 사정기관에 포진해 있는 것을 이른다. 금감원·금융위는 은행들의 대출 관련 규제, 보험사들의 영업 행태 감독, 심지어 금융사들의 금리결정권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인 최 원장은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실 행정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을 거친 전형적인 관료출신이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KB에 대한 징계 추진이 사실상 임 회장을 겨냥한 것이며, 임 회장을 흔들어 관치금융의 입김을 확대하겠다는 금융당국 시도가 KB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잇다. 

금융지주회사의 한 임원은 “금감원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이면에는 사정기관들 간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금피아식 아집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금감원의 징계수위 번복으로 금융권은 큰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KB금융 관계자는 CNB에 “(금감원의 중징계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이고 당혹스럽다”며 “현재로선 구성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흐트러진 조직을 정비하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최 원장은 자신이 기틀을 마련했던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으면서 금융권 제재 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를 취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경영공백을 초래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1등을 달리던 국민은행의 실적은 올해 상반기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예금·대출 시장 점유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제 KB사태의 공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임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 결정권을 쥔 금융위는 오는 17일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이 조속한 마무리를 요청한 만큼 추석연휴가 끝나는 대로 임시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가 최 원장의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위 내부에서도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무리수라는 입장도 존재하고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가 다시 임 회장에 대한 징계수위를 낮추면 최 원장의 입지가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고, 반대로 최 원장의 결정대로 징계가 확정되면 임 회장은 더 강한 사퇴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두 사람이 워낙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당분간 KB 사태가 매듭지어지긴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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