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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순환출자 역사 속으로…롯데 빼고 대부분 사라져

[심층분석] 대기업 순환출자고리 1년새 99% 급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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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8.28 11:51:01

▲신규순환출자 금지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기업들이 지주사 전환, 출자구조 단순화 등을 서두르고 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7월부터 신규순환출자 금지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여전히 순환출자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도 사업재편, 경영승계 등이 진행되면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2~3년 안에 순환출자 고리가 완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CNB가 확 달라진 기업들의 출자구조를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순환출자 고리 9만7천개→483개 급감
삼성·현대차·한진 등 지주사 전환 속도
정부의지 강경, 전산시스템으로 감시
전문가들 “2~3년내 순환고리 없어질것” 

순환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출자규모를 늘리는 것을 이른다. A계열사가 B계열사에, B계열사가 C계열사, C계열사는 다시 A계열사에 출자하는 식으로 상호 지배하는 구조다.  

그동안 대부분 재벌그룹들은 계열사를 늘리면서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순환출자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민주화 과제로 도입된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가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공개한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순환출자 현황’을 보면, 상호출자제한 63개 기업집단 가운데 순환출자를 보유한 14곳의 순환출자 고리 수가 지난해 9만 7천여 개에서 올해 483개로 무려 99.5%나 급감했다.

그나마도 롯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483개 가운데 롯데가 417개를 기록, 전체의 86.3%를 차지했다. 롯데를 빼고 나면 사실상 순환출자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이는 재벌기업들이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사회적 비난여론에 직면하면서 대대적인 사업구조조정을 진행해온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다 삼성, 현대 등 1,2위 대기업들이 경영승계를 앞두고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재계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한마디로 기업지배구조 투명성과 경영안정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를 목표로 상당수 기업집단이 순환출자를 자발적으로 해소한 데 따른 것이다.

경영승계 맞물려 지주사 전환

순환출자 고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롯데 다음으로는 삼성이 14개, 현대와 한솔이 각각 9개, 한진 8개 등의 순이었다. 삼성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2541개의 고리가 사라졌다.

현재도 순환출자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집단은 14개로 집계됐다.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KT, 금호아시아나, 대림, 현대, 현대백화점, 영풍, 한라, 현대산업개발, 한솔이다.

이들 중 KT는 오너가(家)가 지배하는 재벌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순환출자 여부로 기업투명성을 평가하기는 힘들다.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가 지주사 전환에 시동을 건 상태고 나머지 대부분 기업들도 지주사전환을 염두에 두고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어 수년내 순환출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씨티그룹은 최근 삼성의 사업구조개편과 관련 “삼성 3세들이 경영권을 강화하면서 6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는 핵심계열사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은 올들어 대대적인 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삼성SDI,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등 핵심계열사들이 채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줄줄이 합병·이전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특히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그룹내 금융지주사로의 전환 채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6월 삼성물산 지분 4.79%를 삼성화재에 넘겨주고 대신 삼성화재 자사주 4%를 받는 등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에서 현대, 기아차 그리고 다시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이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하려면 순환 고리의 정점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세워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회자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2조7천억원대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를 높여 경영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 계열사간 밀어주기 관행에 정부가 제동을 건데다, 경영승계가 맞물리면서 재벌대기업들이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윗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허창수 GS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계열사 간 밀어주기’ 끝날까?

한진그룹은 지난해 8월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한진칼홀딩스와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대한항공으로 인적분할해 지주사 체제의 틀을 갖춘 상태다. 관계법령상 지주사(한진칼) 출범 이후 2년 내에 순환출자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구조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모든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한진칼→정석기업→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고리를 지주사인 한진칼로 일원화하겠다는 것.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서는 한진칼이 자회사 지분율을 20% 이상 확보해야 하는 만큼 사업재편을 통한 주식 맞교환, 부실계열사 지분 매각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진을 투자와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한 뒤 한진의 투자부문을 정석기업, 한진칼과 합병해 3개사가 통합지주가 되는 방법과 ▲한진칼과 정석기업이 합병한 후 한진과 대한항공을 각각 자회사로 두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솔그룹도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한솔제지를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한솔제지는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를 0.62대 0.38 비율로 분할하고, 투자회사를 지주사(가칭 한솔홀딩스)로 세울 계획이다.

지주사가 만들어지면 한솔로지스틱스→한솔제지→한솔EME→한솔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단순화 된다.

롯데,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나머지 그룹들도 순환출자를 금지하겠다는 정부의지가 확고한데다, 전반적인 기업환경이 계열사간 밀어주기로 성장하던 시절은 지났다는 의식이 자리 잡으면서 지주사 전환 또는 출자고리 단순화를 서두르고 있는 분위기다.

롯데 관계자는 28일 CNB와의 통화에서 “그룹차원의 사업재편과정에서 인수·합병이 잦다보니 순환출자고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신규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발효된데다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갖추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는 워낙 복잡해 그동안 현황파악 조차 쉽지 않았지만 최근 전산프로그램이 도입된 만큼 탈법적 행위가 없는지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며 “새로 도입된 순환출자 현황 공시제도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하도록 계속 유도 하겠다”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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