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군중 속, 초점 없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줄서기'연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을 통해 개인이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과 죽음에 대해 은유적으로 이야기 한다.
지난 전시까지 전시장에 선보인 작품들은 타인과 사회를 향한 관찰자적인 시선이 작품 속에 강하게 드리웠다. 하지만 신작에서는 자신에 대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표현들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작품을 창작하고 완성하는 과정 전체를 일종의 샤머니즘적 퍼포먼스로 이해한 작가는, 존재론적 반성과 그 표현을 가능케 하는 것이 한국의 무속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미학적 관심임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무당이 피안의 세계를 끌어당기듯이, 온몸으로 시원(始原)의 기억을 물질화한다.
우종택 작가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먹과 숯가루를 송진 가루와 함께 섞어 검디 검은 먹색을 만들어 여러 층으로 물감을 올린다. 이런 행위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고백게 가까워 보일 정도이다.
또한 종이에 스며든 먹색과 표면의 거친 광물성의 질감이 어우러지고, 여기에 젯소(gesso)를 혼합한 회흑색의 붓질을 통해 거칠게 보이지만 시간의 궤적이 쌓인 듯한 표현을 만들어 낸다.
마치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어둠, 혹은 생명의 빛이 완전이 잦아들었을 때 비로소 만날 수 있을 법한 완전한 무(無)가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시원의 기억이 죽음과 닮아 있듯이, 죽음은 삶의 원인이자, 삶의 에너지이다. 따라서 시원을 기억하는 행위는 퇴행적이며 자기 파괴적인 과정을 지나 삶을 추동하는 힘, 바로 삶 그 자체가 된다.
이번 전시 '우종택의 회화 프로젝트_긋다'는 죽음에 잠재된 스산한 기운이 작가에 의해 생명 에너지로 재탄생하여 '긋다'로 명명된 작업의 과정을 가득 채운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