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하나의 양식이나 주제, 혹은 이슈로는 묶을 수 없는 다양한 작품세계가 병행하는 작가적 양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작품에 이용하는 재료 전통적인 조각재료보다 주로 일상세계의 잡다한 재료를 동원한다.
8월 29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컬렉션에서 진행하는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전에는 타일, 벽돌, 구슬, 손수건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견되는 오브제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극적인 사건들이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세상과, 세상보다 더 극적인 사건들로 채워지곤 하는 미술관의 드라마, 이벤트를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의 결과가 제로가 되는 것, 헛수고, 공회전, 목적을 이루는데 실패하는 것,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 실패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것, 그리하여 그 실패의 과정에 투여된 노동과 시간이 온전히 그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다.
그럼으로써 작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 또는 우리가 이처럼 쉬지 않고 일하는데도 왜 삶은 변하지 않는가, 우리가 얻었던 것들은 어째서 잘못 배달된 선물처럼 되돌려주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한다.
한편, 전시와 함께 출간되는 도록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안규철의 지난 35년 간의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도록 주요 비평문, 작가의 글, 그리고 초기작품부터 신작들까지 작품 이미지들을 망라하여 수록했다.
안규철의 작업을 텍스트, 오브제, 건축적 공간으로 나누어 분석한 새로운 비평문들과 작가의 글을 수록하여 앤솔로지 형식으로 발간된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