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나간 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오병윤 의원이 실태파악에 나섰고,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청래 의원은 LH공사와 주민들 간의 간담회를 성사시켰다. LH와 입주민대책위원회, 국회의원 3자간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가 22일 열린다. 의원들은 국정감사 때 이 문제를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지역 오경환 서울시의원도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SNS를 통해 기사가 퍼날라지고 있다.
LH공사는 공공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을 분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반분양아파트 보다 높은 기준가를 적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휴먼시아 2단지 140세대(임대동)는 ‘5년공공임대’ 기간이 지난 7월말로 끝나면서 이달부터 분양전환신청을 받고 있다.
문제는 임대동의 입주 초기 주택가격이 같은 단지 안에 있는 분양동보다 더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다.
입주 때 LH가 정한 가격은 현재 분양전환가를 결정하는 잣대다. 관련법에 따르면 분양전환가격은 건설원가(입주자모집때 정한 주택가격)와 감정평가금액을 산술평균한 가액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
LH는 대략 3.3제곱미터당 80~90만원 정도를 분양동 보다 더 높게 잡았다. 이로 인해 주택가격이 분양동에 비해 세대당 1000~1500만원 가량 더 높아졌다.
LH는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급면적을 기준으로하면 오히려 (분양동 보다) 임대동이 싸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통상 주택가치를 매길 때는 실평수(전용면적)를 기준으로 따진다. 변명이 궁색하다.
주택공급제도 개선 시급
또다른 문제는 LH가 주택시장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LH가 이 아파트를 분양할 당시인 2007년은 부동산시장 거품이 최고조에 달한 때였다.
LH는 당시 임대물량 22평형의 가격을 2억9136만원, 16평형은 2억429만원으로 정했다. 그때는 이 금액이 그리 높게 느껴지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상승기라 나중에 짭짤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6~7년새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닥치며 침체된 주택시장은 최근까지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LH는 부동산 거품 시기에 정한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임대동 주민들에게 분양전환 받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임대동 입주민들은 평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4~6천만원의 보증금에 월세 18~22만원 가량을 내며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살고 있는 집을 분양 받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꾸기도 여의치 않다. 대출주관사인 우리은행의 최대 대출 금액이 1억원대 초반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소득증빙이 힘든 일용직 종사자 세대는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21일 현재 전체 140세대 중 분양전환신청을 한 세대는 20여 세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부분 주민들은 분양받은 뒤 즉시 팔아서 차익(프리미엄)을 챙기고 집을 내줄 생각이다.
하지만 등기비용, 부동산중개비용, 금융이자 등을 빼면 분양 후 다시 되팔더라도 남는 게 거의 없다. 그것도 거래가 된다는 전제에서다. 도장 한번 잘못 찍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약간의 프리미엄을 챙기고 나오더라도 지금 형편으로는 전세방 하나 구하기 쉽지 않다. 이들이 임대로 머무른 5년 동안 상암동 아파트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20평형대도 3억원을 훌쩍 넘었다.
‘5년 임대뒤 분양전환’은 부동산 경기 활황기 때는 꽤 매력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장구조에서는 맞지 않다. 서민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제도다.
LH공사는 시장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일반분양분보다 더 비싼 기준가를 책정해놓고 “주변시세보다 싸다”고 주장하는 건 서민주거안정을 슬로건으로 내건 공기업이 할 소리는 아니다.
국회의원들도 LH를 질타하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주택공급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주민들은 LH를 상대로 한 이번 싸움을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빗댄다. 정부가, 공기업이 언제까지 서민들에게 바위가 될 것인가?
(CNB=도기천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