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천기자 | 2014.08.08 13:11:10
하지만 이달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로열티 소송을 제기, 모처럼의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애플과의 합의로 한숨 돌린 삼성으로서는 뜻밖의 복병을 만남 셈이다. (CNB=도기천 기자)
한숨 돌린 삼성, 뜻밖의 복병 만나
MS “노키아 인수 계약위반 아니다”
세기의 소송전 돌입…홍보효과 톡톡
MS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소재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관련 특허 사용권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MS는 최근 노키아의 휴대전화 및 서비스 사업부를 인수·합병했는데, 이 점이 앞서 삼성전자와 체결한 지적재산권 사용권 협약에 위배되는지 법원판단을 요구한 것이다.
삼성과 MS는 지난 2011년 9월 특허 교차사용(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MS의 특허기술을 사용하는 대신 일정액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MS가 최근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삼성은 로열티 지급을 한동안 중단했다. 삼성전자가 나중에 로열티를 내긴 했으나, 이와 별도로 이자를 내야 한다는 것이 MS의 주장이다.
MS의 법무담당 임원인 데이비드 하워드 부사장(CVP)은 외신보도를 통해 “삼성이 2011년 자발적으로 MS와 지적재산권 사용권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계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며 “삼성이 MS의 노키아 휴대전화사업부문 인수를 계약 위반의 핑계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터무니없는 논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 측은 MS가 삼성의 경쟁자인 노키아의 스마트폰 사업부를 인수했기 때문에 MS와의 특허가치를 다시 정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일 CNB와의 통화에서 “아직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파악이 안되고 있다”면서도 “소장이 접수되는 대로 면밀히 검토한 후 적절한 대응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삼성전자와 MS 중 누구 손을 들어줄까?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삼성과 MS가 특허공유 계약을 체결할 당시, MS의 노키아 인수 사실을 미리 알았느냐 몰랐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특허계약 당시 MS가 노키아의 핸드폰 사업부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MS측은 인수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특허 계약 당시 MS가 노키아 인수 사실을 부정했기 때문에, 노키아 인수는 계약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MS는 명문화된 사실(옵션)이 없기 때문에 노키아 인수가 계약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워드 부사장은 “삼성은 (MS의) 노키아 인수가 삼성이 MS와 체결한 계약을 무효화하는지 법원에 판단을 내려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이는 승산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 계약 당시 MS로부터 노키아 인수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소송의 승패 여부와는 별개로 삼성과 MS가 ‘소송 마케팅’을 통해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과 애플과의 양사가 3년여에 걸쳐 진행한 수십건의 소송으로 자사 제품의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그동안 진행된 소송은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30여건에 이른다.
겉보기엔 삼성과 애플이 하늘아래 둘도 없는 앙숙처럼 보이지만 양사는 소송 과정에서 숱한 이슈를 양산하며 최고의 홍보 효과를 누렸다.
특히 미국서의 특허소송에서 삼성이 애플에 연달아 억울(?)하게 패하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와 껄끄러운 관계에 놓인 유럽, 중동 등에선 삼성 제품이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매출이 MS보다 3배쯤 높지만, 글로벌 시장 지명도는 MS가 더 높아 어느 한쪽이 우위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비슷한 체급의 두 집단이 빅매치를 벌이는 만큼, 설령 미국법원에서 삼성이 패하더라도 홍보효과는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워드 부사장이 소송 직후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MS와 삼성은 오랜 협력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MS는 삼성과의 파트너십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존중한다”며 “이번 소송은 파트너 사이의 이견을 조정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것일 뿐”이라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띄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