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방우정청 서은정
묘하게 숨이 거북한 느낌, 일어서면 조금 덜한데 앉으면 갑갑해지는 기분.
이리저리 몸을 굽혀보고 팔을 움직여보자 느껴집니다. 예전보다 옷이 조금 낀다는 사실을요.
아침 출근부터 저녁 퇴근까지 평균 10시간.
내내 앉아서 일하기 때문인지 부쩍 허리는 굵어진 것 같고 숨 쉬는 것도 답답합니다.
아니, 사실 정정하자면 일 하는 동안 내내 야금야금 먹은 간식과 집에 도착하는 즉시 흐물흐물 침대와 하나가 되어버리는 저의 게으름 탓이 가장 클 것입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중요한 것은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일생에 숨쉬기운동 외에 무언가를 해 본적이 없는 사람에게 운동은 저 안드로메다 너머 존재하는 미확인 생물체에 버금가는 존재일 수밖에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기에 운동계획을 세워봅니다.
먼저 첫 번째로는 헬스. 그러나 그동안 헬스장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바쳐온 액수를 기억하지 못하는 수준이기에 과감하게 헬스를 운동계획에서 제외합니다.
안경 없이는 앞사람 얼굴도 보지 못하므로 수영도 어렵습니다.
타고난 몸치인 탓에 댄스도 제외. 남은 것은 저의 튼튼한 두 다리뿐입니다.
블라우스에 치마 아래로 구두대신 운동화 끈을 조여 맵니다.
퇴근 후 한 시간 걷기. 스스로와 약속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사진/서은정)
걷는 것을 시작하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다리 너머 석양이 물들어 가는 모습이 보이자 내가 오늘 하루를 마치고 있구나, 라는 실감이 듭니다.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는 것을 눈으로 보는 일입니다.
햇빛을 받는다는 것은 몸이 그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버스 안에서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 창밖으로 어떤 풍경이 비치는지 무관심했습니다.
시계판 안에 돌아가는 시침과 분침만으로 나는 낮과 밤을 계산했지만 내 몸은 사실 직접 내리쬐는 석양빛을 받으며 따뜻하게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걸었습니다. 처음 십분은 덥고 무거웠던 몸이 걸을수록 조금씩 풀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BGM으로 느껴질 때면 어느새 걷고 있는 거리는 무대가 됩니다.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즐거워집니다.
▲(사진/서은정)
제가 다니는 퇴근길 코스에는 유독 다리가 많습니다.
경북지방우정청을 지나면 바로 아양교가 있고 길을 따라 걷다보면 칠성교가 보입니다.
아양교를 지날 때 석양이 보인다면 칠성교를 지날때는 어둑한 밤하늘 아래로 바쁘게 지나가는 차와 가로등이 보입니다.
수십대가 넘는 차의 전조등과 그 위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이 물에 닿으면 물결이 흔들리는 대로 빛이 너울거리는데 마치 끝나지 않는 불꽃놀이를 하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이라 하면 산으로 바다로 가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도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몸이 무거워서,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걷는 다는 것은 그동안 내가 빠른 교통수단에 몸을 싣는 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내게는 아직 많은 것들이 부족합니다.
걷고, 보고, 듣고 내가 접하게 되는 모든 것들에 배움을 얻고 있는 것이 즐겁습니다.
이런 깨달음의 즐거움을 잊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운동화 끈을 단단히 매어둡니다.
(글, 사진 = 경북지방우정청 서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