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은 임진왜란 중 벌어진 여러 전투 중에 명장 이순신이 12척의 전선으로 적 함대 330척을 맞아 싸워 31척의 적선을 격파하며 크게 이긴 전투를 화면에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명량'에는 전투에 대한 세밀한 과정이나, 역대 전투에 대한 전과 등 임진왜란과 명장 이순신에 대한 인물적인 접근은 극히 제한적으로 그려냈다.
왜군과의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방송을 통해 방영된 '이순신‘ 드라마의 CG에 비해 그다지 역동적이지 않고, 영화에 등장한 배우들의 연기나 의상은 어색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관객들이 '명량'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영화 속 충무공 이순신이 보여준 백성에 대한 '의리'가 아닐 듯싶다.
'명량'에서 이순신으로 분한 최민식은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지"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장면으로 12척 밖에 안 남은 풍전등화의 조선을 살아가는 장수로서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대처하는 어처구니없는 관료들, 유병언 사건에서 보여준 허술하기 그지없는 수사와 발표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버린 국민들에게 희망의 돌파구로서 이순신의 모습은 과히 감동을 넘어 이 시대에 다시금 그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대중의 기원이 관람객 숫자로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봉 6일을 맞은 '명량'은 사상 최단기간 50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기록을 써내러 가고 있다. 이 기록은 단순히 극중 배역들의 열연과 제작사의 마케팅 성공으로 보기에는 아직은 가야할 길이 무한히 열려 있는 의미 있는 숫자이다.
입소문을 거치며,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의리'라는 화두아래 400여 년 전 기울어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모습을 2014년 오늘을 사는 우리 앞에 영웅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를 학수고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이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