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예술과 실용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릇을 다양한 방법으로 만드는 도예가 열세 명의 삶과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쓰임새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자유분방한 백자 그릇을 만드는 감상법, 그릇 안과 밖, 바닥굽 안쪽까지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붙이는 '이기적인' 그릇을 만드는 정길영, 소나무 잿물로 유약을 발라 불의 흔적을 남기며 듬직하고 소박한 그릇을 만드는 이인진 등 13인의 도예가는 모두 저 마다의 작업 방식으로 독특한 예술 세계를 펼쳐낸다.
경기도 여주와 이천, 광주에서부터 경북 경주와 경남 합천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작업실을 직접 찾아 그들의 작업 풍경과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20대 시절 알프스에서 조난 당해 3일만에 극적으로 살아난 뒤 전문산악인의 꿈을 포기하고 독특한 흑유그릇을 빚는 작가 김시영, 섬세한 그릇만큼이나 예리한 차시(찻숟가락)을 만드는 작가 이태호, 옹기 빚기 싫어 도망나와 공장에 취직했지만, 결국 흙이 그리워 다시 옹기 빚으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옹기장 허진규 등 그들의 '그릇'이야기는 평탄하지 않은 삶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 보인 인생 이야기기도 하다.
저자 홍선화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좋은 그릇은 무엇이고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에 귀 기울인다. 이 책은 "그들이 만든 그릇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는 여행"이다.
△지은이 홍지수 △펴낸곳 미디어샘 △256쪽 △정가 17000원.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