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지만 그룹 오너들이 경제범죄에 연루돼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기업들 표정은 밝지 못하다. 총수 공백으로 인한 경영 차질이 실적악화로 이어지면서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CJ, 해외 투자규모 갈수록 축소
한화, 이라크 재건사업 ‘안개속’
SK, 주력계열사 실적 내리막길
먼저 CJ그룹의 경우 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주요 투자계획이 중단되거나 보류되고 있다.
CJ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단되거나 지연된 투자액은 약 48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투자액 1조3700억원 중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회장은 지난해 탈세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고 올해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상태로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2013년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바 있는 이 회장은 건강이 악화돼 지난달 서울고법으로부터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얻어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이 같은 총수 부재로 인해 CJ그룹에서는 경영차질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투자가 올스톱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
CJ제일제당은 생물자원사업부문에서 베트남 업체와 중국 업체를 대상으로 M&A를 추진했으나 최종 인수 전 단계에서 중단됐다.
CJ대한통운도 올해 초 국내 중부권에 물류터미널 거점을 확보키로 하고 약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전면 보류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미국·인도 물류업체 등의 인수를 검토했으나 이 역시 중단된 상황이다.
CJ CGV는 올해 초 해외 극장 사업에 대한 투자가 지연되고 있고, CJ오쇼핑은 해외 M&A 인수를 통한 사업 확대 계획이 보류되고 있다. CJ푸드빌 또한 해외에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었으나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즉 이 회장의 부재로 인해 투자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CJ그룹은 2010년 1조 3200억원, 2011년 1조 7000억원, 2012년 2조 9000억원 등 해마다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2012년에는 외식 및 문화콘텐츠 사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 의지에 따라 계획 대비 20%를 초과해 투자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 회장의 공백 사태가 빚어지면서 투자는 계획대비 20%나 줄어든 2조6000억원에 머물렀다. 올해에는 내실경영 차원에서 전년 대비 20% 줄어든 2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오너의 부재로 인해 긴축경영을 꾀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공격적인 투자 및 확대보다는 관리중심의 보수적인 경영계획하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공백이 길어지다 보니 대규모 투자결정 등에 있어 차질이나 지연이 계열사별로 나타나고 있다”며 “고용부문도 전년수준을 유지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2012년 8월 배임·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김승연 회장이 올해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건강상 문제도 있고 아직까지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김 회장의 부재로 인해 1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이라크 재건사업 추가 수주가 안개 속이다. 김 회장은 2012년 80억달러(9조원)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직접 이라크 공사현장을 오가며 진두지휘하는 등 인도적 차원의 전후 복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애착이 남달랐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CNB에 “회장님 복귀가 우선돼야 하겠고, 현재 이라크 현지가 교전중이라 사정이 안정된 후에야 구체적인 추가 수주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최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1월 31일 법정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최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817억원으로 18.7%, 매출은 66조6747억원으로 9.1%, 당기순이익은 7570억원으로 36% 각각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계열사의 영업이익도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6월 SK그룹 최고경영진들은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위기 타개 방안을 찾기 위해 워크숍을 가졌다.
최 회장은 옥중에서 보낸 메시지를 통해 “경영 환경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 열심히 뛰어 주고 있는 경영진과 구성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SK의 역사가 위기 극복을 통해 성장해 온 만큼 이번 위기도 잘 극복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 부재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대기업이 오너 공백의 간극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