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기자수첩] 컨설팅 업계도 구조조정 찬바람 ‘쌩~쌩’

일감 줄고, 고객은 깐깐해지고, 신분 불안에 이직률 높아

  •  

cnbnews 이진우기자 |  2014.07.14 15:32:56

▲이진우 경제부장


과거 주요 고객사들에게 서슬 퍼런 구조조정의 칼날을 거침없이 쥐어주던 컨설팅 업계가 이제는 자신들에게 되돌아온 칼날 앞에 목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최근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컴퍼니와 AT커니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대형 컨설팅사들이 일감이 크게 줄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자체 내부 컨설팅 조직을 키우면서, 외부 컨설팅사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맥킨지의 ‘한국재창조 보고서’ 등을 계기로, 대기업은 물론 한국 정부 부처에서까지 일감을 맡아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던 컨설팅 업계가, 지금은 오히려 호된 된서리를 맞고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컨설팅 업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컨설팅의 실효성 등에 대해서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국내 대기업들의 컨설팅 의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업계 내에서도 ‘이제 좋은 시절은 사실상 끝났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최근 들어 컨설팅 업계에 이처럼 모진 찬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을까?

우선 대기업 고객사들이 컨설팅사에 일감을 맡기더라도 갈수록 세밀하고 깐깐한 요구를 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그저 뜬구름 잡는 식의 전략이나 비전 등의 원론적인 진단은 사양하고, 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실천 가능한 방법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상우 AT커니코리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금은 고객사들이 매우 현명해졌기 때문에 컨설팅사가 과거보다 3~4배 더 깊이 연구하고 공부해도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20년 전 국내 컨설팅 시장이 태동할 때만 해도 기업들은 해외 자료를 수집, 번역해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지금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컨설턴트 출신이 많고 기업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대기업들이 컨설팅사에 의존하다 실패하는 사례가 늘면서 ‘자체 컨설팅’을 키우게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의존하다 스마트폰 진입 시기를 놓친 LG전자, 외부 컨설팅사만 쳐다보다 법정관리까지 간 웅진그룹, 컨설팅에 의해 가장 먼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가 오히려 인재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역효과를 경험한 SK그룹 등을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또한 컨설팅사가 한 프로젝트를 두고 여러 기업과 겹치기로 계약한 것도 업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요인이었다.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 당시에 맥킨지는 GS·두산·한화 등 각 인수 후보 기업들에 돌아가면서 컨설팅 자문을 해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감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컨설팅 업계의 구조조정 바람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대형 컨설팅사의 한 컨설턴트는 “대기업들이 내부 컨설팅 조직을 키우면서 외부 컨설팅사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또 요구 조건도 까다로워지면서 예전에는 건당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대 프로젝트가 수두룩했지만, 지금은 3~5억 원짜리 프로젝트 수주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사실상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다수 컨설팅사들은 이미 조직 축소 개편을 단행했으며,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해 있다.

대형 컨설팅사의 한 임원은 이와 관련 “프로젝트만 끝나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도록 ‘월간 단위용 신입 컨설턴트’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외국계 컨설팅사는 신입 컨설턴트를 뽑을 때 연봉 비공개와 더불어 ‘해고 통보 때 어떤 항의도 하지 않는다’는 계약 조건을 붙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과거에 그토록 잘나가던 컨설팅사도 이제는 생존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 전보다 3~5배는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연구하며 고민함으로써, 고객사가 원하는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한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컨설팅 업계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CNB=이진우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