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유리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리조각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속이 꽉찬 덩어리며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덩어리로 정통 조각의 한계를 대리보충하고 있는 것이다.
조각과 유리조각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이 투명성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러한 대립과 차이가 가능해진 것은 조각과 유리를 아우르는 작가의 특이하고 많은 경험 때문이다.
작품들에는 둘 이상의 얼굴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서 포개지거나 마주보는데, 하나의 유리 덩어리 속에 갇혀 있는 이 얼굴들은 작가가 작가로부터 분리된 또 다른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작업들은 자신이 상실한 상태, 타자를 통해서만 바라볼 수 있는 자기소외적인 모습을 담아 작가 자신이 투명해졌는지,나라의 실체는 더 또렷해졌는지에 대한 답이 아닌 질문들을 던지며 작업한 결과물들이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