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경전을 칼로 오려내는 작업을 통해 치유와 자기 수양의 공덕을 쌓고 있는 작가 오윤석(44)이 도상을 새기고 오려내는 지루하리 만치 중첩되고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불교의 대표 사상인 공(空)사상을 시각화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를 7월 10일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마련했다.
작가의 작업은 여느 아티스트와는 달리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함께 존재하고 있는 무수한 기운들에 영향을 받은 작업이다. 매일 조금씩 오려내고 있는 반야심경은 자기 수양의 정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결국 내 자신을 치유하려 했는데, 치유는 안 되고 지금은 그림을 통해서 예방을 하고 정화 하는 것이 작업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너무 깊게 들어가면 부적과 같이 보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형상을 해체하고 간결하게 만들어 보려 했죠."
작가는 자신의 작업 화두가 "예술적 치유"라고 말한다. 작업을 할 때, 영적인 느낌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이나 외적 대상에게서 감지되는 불편하고 낯선 언캐니 이미지를 표출시키고 정화시킨다. 때문에 자신의 작업행위는 샤먼과 휴면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적 치유를 위한 수행'이라고 덧붙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텍스트 몬스터 시리즈다.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의 새겨진 텍스트가 지닌 요소들로 구성된 어떠한 생명체에 대한 작가의 내면을 드러낸다.
인간은 죽음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으로 인해 불안정하다. 따라서 완벽한 대상 즉 신을 믿고 의지한다. 작가의 언캐니-이미지 역시 인간의 고통의 근원을 깨닫고 그것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신상태 즉, 기이하고 모호한 자신 내면에 깃들어 있는 고통의 근원, 욕망의 근원의 모습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해체해 버릴 수 있는 상태를 이야기 하고 있다.
수행에 대한 절실함으로 느낀 오윤석 작가는 2006년 인도 순례를 시작했고, 불교에 귀의하기 위해 절을 돌아다니며 스승을 찾기도 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무한의 힘이 몸을 이끌 때면 지리산으로 들어가 명상과 기도를 통해 수행을 하고 있다.
전시장에 설치된 반야심경 작품은 2007년에 작업했던 금강경과 같이 자기 수양의 일환으로 오리고 새기는 작업을 진행한 과정의 결과물이다.
총 29 개로 이루어진 금강경은 한지 위에 금강경을 새기고 그 새겨진 경문을 칼로 오려내는 방식으로 진행된 반면 반야심경은 최종 10장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현재 5장 째 진행하며 경문과 함께 그 주변의 여백도 같이 오려냈다.
경문을 둘러싸고 있는 여백의 패턴들은 각각의 경문들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반야심경은 금강경과 함께 오윤석 작가의 자기 수양으로 찾을 수 있는 마음의 평화 그리고 그 평온함에서 치유를 얻을 수 있다는 작가의 심도 있는 종교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