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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임용석 교수의 ‘스포츠와 인권’<16>…학생선수 직업의 희망 방정식

학업과 운동 병행할 수 있는 환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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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4.07.11 18:36:40

‘광란의 3월.’


3월부터 4월까지 전 미국이 들썩거린다. 이 기간 동안 대학농구(NCAA: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디비전 1 챔피언십 토너먼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주요 미디어 매체들의 지면은 토너먼트 대진표로 도배될 정도이다. 미국 전 지역에서 상위 성적을 올린 64개 대학들이 단판 승부를 통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단판승부’가 이 토너먼트의 묘미다. 동부, 서부, 남부, 중서부 지역대표로 출전하는 각 대학팀은 프로스포츠 팀 이상으로 지역대표의 의미를 가진다.(프로 스포츠는 지역에 뿌리를 잡고 있다) 


각 지역의 주민들은 서로의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길 바라며 혼신의 힘을 다한 응원을 한다.


미국의 3월은 그야말로 ‘광란’이란 표현이 적합하다. ‘광란의 3월(March Madness)’이란 고유명사가 생겼을 정도다. 단판승부이기에 이변도 속출한다. 


지역별 정규시즌 성적이 가장 우수한 4팀이 각 지구 1번 시드를 배정 받는다. 그러나 4팀이 모두 4강에 진출한 경우는 1939년 토너먼트가 시작된 이래 단 한번 뿐이다. 화려한 덩크슛과 열정적 응원 외에도 브래킷 게임(Bracket Game)은 3월의 광란에 첨가제와 같다.


이는 64개팀의 대진표가 확정된 후 토너먼트 결과를 예측하는 게임이다. 67경기 승리 팀을 모두 맞히는 사람에게는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무엇보다 이채로운 것은 공식 도박게임에 유명 인사들도 참여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 역시 이 게임에 매년 참여한다. 


3월 19일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출연한 그는 미시건 주립대의 우승을 예측하며, NCAA 남자 대학농구선수의 프로농구(NBA: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조기진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어린 선수들이 가족부양을 위해 기회를 얻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NBA와 계약을 하더라도 이후에 학교에 돌아와 학위는 마쳤으면 좋겠다.” 그는 왜 이런 말을 남겼을까?


2014년 7월 3일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가 열리는 잠실학생체육관. 한국 대학농구 정규리그 우승팀 고려대학교와 미국대학농구 2부 팀인 브리검영대학교와의 시합이 있었다. 게임은 88-83으로 브리검영대의 승리로 끝났다. 이중 18점(3점 슛 2개), 7리바운드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코리 랜지(Cory lange)의 말은 인상적이다. “졸업 후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14년 2월 20일 소치 여자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에서 스위스가 스웨덴에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결승골의 주역은 미국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제시카 너즈(Jessica Lutz)다. 그녀의 활약으로 스웨덴에 역전승을 거둔 스위스는 1948년 자국에서 열린 생 모리츠 올림픽에서 남자 아이스하키가 동메달을 획득한 이래 66년 만에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약사출신 농구선수가 2003년 한국프로농구(KBL: Korean Basketball League)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에 지명됐다. 바로 찰스 민렌드(Charles Ornaud Minlend)의 이야기다. 미국 세이트존스대학교를 출신인 그는 졸업 후 잠시 약사로 근무하다 프랑스, 이스라엘, 한국에서 코트를 누볐다. 그는 이스라엘리그 2년 연속 득점왕, 정규리그와 올스타전 MVP를 받았다. 2004년에는 KBL 외국인선수상, 득점왕, 베스트 5에 선정됐다.


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 간간히 등장하는 어색하지만 부러운 것. 다양한 꿈과 직업을 가진 운동선수의 이야기다. 의사, 약사, 교사, 바리스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운동을 병행한다.


대한민국 운동선수들의 꿈은 뭘까? 대부분 학생선수의 꿈은 훌륭한 운동선수가 되는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학생선수는 동일한 꿈을 위해, 같은 운동 환경에서, 유사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운동이 중심이 된 일상을 살고 있다.


대한민국 운동선수의 일상이 유사하게 된 것은 국가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러한 학생선수의 일상은 1972년 도입된 ‘체육특기생제도’가 기반이 된다. 이 제도를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선수는 학업성적과 상관없이 운동 성적만으로 상급학교 진학이 가능하다. 


이후 1980년대에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서 군 입대로 인한 우수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방지를 위해 국군체육부대를 창설했다. 1998년에는 체육특기생제도를 둘러싼 여러 입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대학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한 선수선발권을 박탈했다. 2000년에는 학생선수의 학업정상화를 위해 체육특기생 ‘동일계 진학’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학생선수의 학업선택권 원천봉쇄란 결과를 가져왔다. 


2013년 2월 ‘학교체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학생선수의 학습권,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아직 변화를 위해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이러한 ‘운동만을 위한 제도의 변화과정’은 ‘운동만을 위한 환경을 구축’도록 했고, ‘운동만을 통한 직업선택’이란 결과를 가져왔다. 언제부터일까? 대한민국 학생선수들의 꿈이 엇비슷해진 것이.


학생선수들과 관련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학생선수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 운동과 공부 중 단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구조에서 살고 있다. 학생선수의 운동이라는 외길 인생(single line)에 병행을 위한 선택은 없다. 이러한 선택권이 없기에 이들은 대부분 류현진, 박지성, 김연아와 같은 스타선수가 되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과 같은 스타가 되는 길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학생선수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 운동만 해왔기에 ‘특별한 관리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기에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정한 기준의 학업성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학생선수의 시합출전이 제한되는 ‘최저학력제도’와 같은 강제적인 제도보단 학생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과 도움이 우선시 돼야 한다. 이러한 인식과 환경 속에서 운동과 학업에 대한 학생선수의 선택은 자유로워야 한다.


모두가 대표선수, 프로선수가 될 수는 없다. 모두가 대표선수, 프로선수가 될 필요 또한 없다.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가는 일은 자신의 가능성을 증진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교육의 핵심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것이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최고의 양식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 인격을 형성하고, 지식을 획득한다. 교육 공간에서, 교육주체와 소통하며, 교육적 인격적으로 성장한다. 이 과정은 자신의 꿈을 선택하고 확장하는 단계이자 나와 나의 꿈을 연결하기 위한 다리를 견고히 하는 과정이다. 다양한 교육경험을 통해 많은 학생선수의 수와 같이 그들의 꿈도 다양해지길 희망한다.


글쓴이 임용석은?

고려대학교에서 스포츠 교육학과 인권을 강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한 그는 청소년농구 대표를 지낸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책을 쥔 그는 학생선수의 교육 및 교육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스포츠 현장에서의 훈련성과와 인권 등도 깊이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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