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기자 | 2014.07.08 14:58:26
광동제약의 지배구조에 가산문화재단이 깊숙이 관여돼 있다는 것으로, 고 최수부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아들인 최성원 대표이사로의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재단이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몸집이 확대된 재단이 본래의 공익사업 보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장악에 일조하는 거수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하지만 광동제약 측은 단지 공익사업을 하는 가산문화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이러한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밝혀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최수부 회장 갑작스런 타계…승계구도 불안 해법 ‘재단’ 활용
가산문화재단이 2대 주주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지난해 여름 광동제약의 창업주인 고 최수부 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고 최 회장은 광동제약의 최대주주로 지분 6.82%를 보유하고 있었고(특수관계자 포함 17.73%) 최 회장의 아들인 최성원 현 대표이사의 지분은 5.07%로 개인회사인 광동생활건강의 지분 2.29%를 합해도 승계 구도가 불안한 상황이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상속세, 안정적인 승계, 경영권 유지가 광동제약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게 된 것.
여기서 가산문화재단이 주주 구성에 있어서 핵심 키를 쥐고 등장하게 된다. 현재 광동제약의 최대주주는 최성원 대표이사와 그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약 17.79%로 전체 지분율은 거의 동일하지만 고 최 회장이 자녀 등에게 일부 상속한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약 228만주( 4.35%)의 지분을 재단이 상속받아 5%의 지분으로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즉 광동제약의 올해 3월말 기준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1대 주주는 최성원 대표이사로 지분율 6.59%, 2대 주주 가산문화재단 5%, 최 대표이사의 개인회사인 광동생활건강이 3.05%의 지분율로 3대 주주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가치 재평가 솔루션 제공업체 네비스탁은 보고서를 통해 광동제약에 의해 성장한 가산문화재단이기에 오너들을 위한 승계 및 기업 지배구조의 도구로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단이 고 최 회장의 광동제약 주식 상당 부분을 증여 받은 것은,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성원 대표이사가 고 최 회장의 지분을 전량 상속받을 경우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단을 통해 지분을 받아 상속세 부담을 덜어냈다는 주장이다.
세법상 가산문화재단과 같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경우 상속 및 증여세 감면 혜택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엄상열 네비스탁 연구원은 8일 CNB와 통화에서 “광동제약은 사실 오너일가 지분이 20%를 넘지 못해 승계구도가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갑작스럽게 최수부 회장이 세상을 떠남에 따라 후계 지분 상속에 대한 막대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재단을 이용한 정황들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광동제약측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을 원천차단하며 기부의 목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CNB에 “공정한 절차를 거쳐 공익재단에 기부한 것일 뿐”이라며 “공익사업을 하는 재단에 기부한 의미가 퇴색되거나 흠집을 내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산문화재단 행보, 초미의 관심
그러나 장학금 지급 등 본래 목적에 사용되는 사업비용 수준은 상당히 미미한 편으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재단의 사업비용 규모는 자산대비 1.9%인 8600만원, 장학금은 8200만원으로 자산대비 1.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타 제약사들과 대조되는 부문이기도 하다. 대웅제약의 대웅재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학금·문화사업지원비 등 총 11억7000만원을 지출해 전체 자산 대비 약 15%, 유한양행의 유한재단도 2013년 말 기준으로 자산 대비 약 9.4%(20억원)의 사업비를 썼다.
가산문화재단은 광동제약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기부금을 출연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이자수익과 배당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말 기준으로 가산문화재단의 총 자산은 약 45억원으로 고 최수부 회장이 출연한 약 8억원과 2012년 약 5억6000만원의 주식을 기부한 모과균(현 광동제약 부사장)을 제외하면 자산의 3분의 2는 광동제약이 조성한 꼴이다.
더욱이 고 최수부 회장의 지분으로 인해 광동제약 2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자산 규모가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재단의 향후 행보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부진했던 공익사업에 활기를 찾을 것인지 아니면 오너 경영권 강화의 도구로써 지속적으로 활용될 지 여부가 초점이다.
엄 연구원은 “재단이 2대 주주로 등극할 만큼의 상당한 지분을 확보했고 그 증여 지분을 바탕으로 재단 자산은 굉장히 확대될 것”이라며 “기부 목적의 지분을 받았으면 당연히 재단은 본래 목적에 맞게 공익적 활동을 활발히 꾀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아울러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5%에 대한 의결권 행사시 오너일가에게 좌지우지돼 최대주주를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고 독립적으로 행사해야 함은 물론 불어나는 재산도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일 때 쏟아지고 있는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