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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 교수의 공연예술 산책

마음의 치유를 얻고 싶다면 연극 ‘안데르센’이야기를 펼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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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락현기자 |  2014.07.08 11:12:58

▲연극 안데르센의 한 장면.(사진/김건표 교수)

국립극단 외벽은 빨간색으로 치장됐다.
서부역 뒤편을 지나가는 버스 옆면에는 ‘빨간 벽돌’, ‘국립극단’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차 겉면에 사진으로 감겨있는 풍경은 연극적 이였다.  
역 한가운데 서서 둘러봐도 한눈에 들어왔다.
극장 안으로 들어서는 관객들은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알록달록 성벽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극장 마당은 관객들로 붐볐다.
사람들 시선이 한곳으로 멈추어 섰다.
청소년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고교생 등장인물로 다양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몰렸다.
연극적으로 치장한 성벽 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특별한 장면을 놓치지 않는다.
배우들은 그대로 시선을 받고 즐겼다.


국립극단 판 아트 소극장입구부터 안데르센 포스터가 관객을 기다렸다.
동화는 200백년이 지나도 건재해 보였다.
사진 몇 장을 찍고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연희단거리패에서 꺼내든 불멸의 동화작가 안데르센이야기는 이윤택 연출이 극을 쓰고 이 극단에서 연출과 배우를 하고 있는 이윤주(41)씨가 연출을 맡았다.


무대에 안데르센의 동화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일 것 같았다.
몇 명의 관객은 무대를 향해 몸을 앞당겼다.
옆에 관객은 공연소개 책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객석 등이 꺼졌다.
배우는 서서히 움직였다. 큼지막한 여행용 가방을 끌고 터벅터벅 나오는 14세의 안데르센은 차분한 소리로 자신의 삶을 투영한다.
배우의 꿈을 안고 고향 오덴세를 떠나 코펜하겐으로 오면서 연극은 시작된다. 그의 자전적 삶을 작가는 압축하고, 연극적인 설정과 유쾌한 상상을 더했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와 마당에 있는 의자에 연출가와 마주했다.
핸드폰의 녹음 오디오가 파손됐다. 핸드폰을 빌려서 그의 말을 들었다.
부산이 고향이다. 청바지에 편안한 복장을 하고 가벼운 샌들신발을 신고 있었다. 녹음 버튼을 눌렀다.


밀양연극촌 공연보다는 정리가 된 것 같은데 극의 템포감이 좀 쳐진다.


그녀가 웃었다. “안데르센 이야기의 호흡이 길다. 만들면서 한두 개 이야기를 뺄까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안데르센 이야기는 연결성이 다 있다. 그의 삶과 이야기가 동화에 공존한다. 욕심을 부려봤다. 다행히 관객들이 끝까지 이야기에 집중하고 잘 따라 오시는 것 같다. 최선을 다했다” 


만족 하는 것 같았다. 극장을 떠나는 관객들로 소음이 크게 들렸다. 몸을 그녀의 앞으로 바짝 당겼다.


연극에 안데르센의 삶과 동화를 옴니버스로 연결하니까 그런 것 아닌가.
그녀는 연출가답게 날카롭게 말을 받고, 틈이 깨지는 대화에서는 배우처럼 수십 가지의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으면서 빠르게 말을 받는다.


“안데르센 동화의 특징은 등장인물의 주인공들이 안데르센이라고 보면 돼요. 그가 동화를 쓰게 된 배경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어요. 이번 안데르센 연극은 호흡이 깁니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서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마음에 치유가 되는 게 안데르센 이야기의 위대함 입니다”


연출은 안데르센 동화를 단단히 마음에 품고 있었다.
욕심을 부리고 의미를 더했다. 이야기들은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훈련된 특유의 몸짓, 움직임, 화술로 동화를 하나씩 꺼내 든다.
옴니버스는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연극적인 생명력을 잃을 수 있다.
연출은 특유의 관점으로 안데르센 동화를 더 동화적으로 손질하고 만지작거린다.
판자인형, 그림자극, 마임, 인형놀이, 오브제의 다양한 활용은 장면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보인다. 7편의 동화이야기와 안데르센의 삶의 서사가 융합되면서 극적 템포감이 쳐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연극 안데르센의 한 장면.(사진/김건표 교수)

안데르센 삶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들은 길게 느껴졌다. 특히 극의 도입 부분이 그렇다.


“안데르센이 자서전에서 밝혔지만 자신의 동화가 어린이들만을 위한 우화적인 동화로 바라봐서는 안돼요. 공연을 하면서 더욱 선명해졌어요. 이야기에는 예술, 죽을 얘기 할 때는 어린이들이 생각하기에는 힘든 점이 있어요. 안데르센 작품이 마지막에 죽음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비극적인 결말이라기보다는 죽음을 승화시켜 다음단계로 나가는 과정이죠. 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손상된 결핍의 내면을 동화를 통해 치유하는 것 같아요. 읽고 볼수록 안데르센의 마음으로 동화 되는 것 같다” 


연출의 관점은 이야기 자체가 안데르센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다.


“연극제목을 안데르센이라고 붙인 이유가 있어요.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안데르센이라고 보면 됩니다. 성장기에 자아의 결핍과 콤플렉스가 많은 게 안데르센입니다. 그것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동화작가가 된 거예요. 그가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을 찾아가면서 동화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이번 연극에서는 의도를 많이 했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내면과 삶속에 있는 세계를 이야기와 함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녀가 시선을 앞당겨 특유의 사투리로 말을 이었다.
“안데르센이 가진 부족함과 결핍들이 작품을 통해서 완성 시키려 했던 같다. 안데르센을 알아갈수록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가 추구했던 예술성과 글쓰기는 못생긴 외모, 가족사, 학력, 신분에 대한 다양한 콤플렉스와 결핍으로 연결된다. 그의 내면과 동화이야기를 파헤쳐 가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 공감도 되는 부분이 많아요”
 

안데르센 역할을 맡은 배우의 감정 몰입도가 크게 느껴졌다.
삶도 넣고 이야기를 넣다보니까 무거워 보인다. 의도인가. 대답이 쉬지 않고 날아온다.


“그렇죠. 가볍게 안데르센을 얘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의 삶이 무거울 수 있어요. 내면이 그런 겁니다. 아버지가 안데르센 11살에 돌아가셨어요. 어린나이에 많은 것을 겪은 그에게는 죽음 이라는 것이 어린나이 안데르센에게는 큰 의미가 담겨 있어요. 성적인 정체성과 혼란, 외모 콤플렉스, 환경의 결핍을 통해  깨달음을 일찍 얻은 겁니다. 애 늙은이처럼 내면이 빨리 성장한 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환상을 무대에서 그리기 보다는 안데르센의 내면을 들추어내니까 조금은 무겁게 표현되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극장 밖은 몇 사람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7편의 동화가 상징과 의미를 더해서 균형 있게 잘 표현된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인형들의 활용이다. 특히 인어공주이야기는 인물보다는 인형의 감정이 더 커야 한다. 극의 몰입과 환상성이 깨질 수 있다. 어항 설정은 무대 전체를 압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의도가 축소 된 것인가.


“이런 형식의 작품은 우리극단이 처음인 것 같아요. 연출로써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다양한 구성안에 인형극을 녹여내는 작업은 처음이고,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인형에 100% 몰입을 안했다. 의도였다. 조정자를 그자체로 보지 않고 인물자체로 봤다. 때로는 인물과 인형을 구분지어서 전달하려고 했다”


그의 대답은 막힘없이 날아왔다. 연출로써 뚜렷한 소신과 관점을 표현 할 때면 적극적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인형을 활용한 표현은 어렵다. 인형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디테일이다. 그것을 찾을수록 신비감이 있는 것 같다. 더욱 좋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


특히, ‘미운오리새끼’, ‘성냥팔이 소녀’, ‘놋쇠병정’은 좋았다. 이야기마다 특징을 잘 살려낸 것 같다.


“한 작품에 15~20분 정도가 걸렸다. 다른 작품 한편을 만드는 것과 똑 같이 정성을 드렸다. 7편의 작품을 배우들과 연습한 것과 같다. 배우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옴니버스형식 이니까 축약해서 정서를 전달해야 한다. 그 과정이 힘들었다. 더 축약하면 정서가 압축되어서 이야기를 잘 살려내지 못 할 수 있다. 어린이 마음이 담겨있는 연극은 어렵게 느껴진다” 


그의 시선이 국립극단 출입구 쪽으로 갈라졌다.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차 안에서 손을 흔들었다.


관객층은 누구인가.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30대 층의 어머님들 몰입도가 정말 좋다. 60대를 넘기신 분들도 안데르센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시선을 놓치지 않으신다. 그만큼 안데르센 이야기는 어른들에게 울림이 크다”


이윤주 연출가는 20년 동안 연희단거리패 전, 후방에 서 있는 연출가다.
1년에 2편 정도를 연출했다. <코마치 후덴, 박보각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서툰 사람들>에서는 배우로 출연해 좋은 시선을 받았다. 
‘방바닥 긁는 남자’를 연출해 제 46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
시선이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B급을 자처하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품들을 많이 했다. 앞으로  관객들하고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연극을 보는 관객들 숨통을 확 열어주고 싶다. 연극을 보면서 가만히 있지 않게 하는 그런 공연을 하고 싶다. 안데르센 연극을 통해서는 위로받고 싶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 그만큼 마음의 치유를 할 수 있는 연극이 안데르센 이야기다”


이번 작품은 이윤택 연출가가 직접 극을 썼다.
그가 동화를  품고 있다는 것 자체가  동화 같은 이야기다. 그 자체가 관심이 됐다.
줄곧 폭넓은 작품을 쓰고 철저하게 대중적인 기호로 무대를 뚫고 종횡무진 하고 있는 이 노장의 연출가가 우리나라 현대연극에서 자치하는 비중은 크다.
변방의 연출가로, 연극 제도권을 섭렵하면서 펼쳐내는 작품마다 기록적인 성과를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이유다.
쉼도 없고, 쉬지도 않는다. 연극을 삼키는 식욕은 무서울 정도다.


왜 안데르센 이야기를 들었을까? 안데르센의 삶과 이윤택 연출가가의 삶은 공통점이 많다.  외모, 학력, 가족사, 배우가 되고 싶었던 마음도 안데르센과 닮아 보인다.
모든 결핍과 콤플렉스를 뚫고 불멸의 작품들을 쏟아낸 점도 비슷하다.


안데르센은 덴마크의 지방도시 오딘세를 떠나 배우의 꿈을 품고 코펜하겐으로 오면서 모든 자아적 결핍과 콤플렉스를 뚫고 불멸의 작품들을 남겼다.
이윤택 연출가도 기자생활을 때려치우고, 내면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연극의 집념을 세우기 위해서 가마골 소극장을 만들고, 무섭게 연극과 마주하면서 연극의 변방에서 서울연극의 제도권을 섭렵했고 방송과 연극의 경계를 허물면서 기록적인 작품을 썼고, 현대연극에서 무겁게 기록될 명작들을 남기고 있다. 그 자국은 크다.


아직도 그는, 연극의 모든 장르를 섭취할 태도로 연희단거리패를 이끌고 연극 전방을 포진하고 있다.
그의 내면은 손에 더 쥐어야 하는 연극의 지형을 더욱 좁히고 포위 할 정도로 연극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무서운 태도하며 연희단거리패들과 끊임없이 작전을 짜는 것 같다. 세계를 넘는 연극대전을 치르는 형국이다.
그의 연극청춘은 안데르센이야기를 마음에 담고 극장으로 전진하기 위해 동심의 태엽을 감는 것 같다.
 
소용차 에서 경적을 울렸다.
연출을 차에 태우고 가려는 신호다. 안데르센 공연을 더 볼 수 있나.


“12월에 기장에서 안데르센 극장을 연다. 앞으로 극장에서 안데르센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의 삶, 명작이야기들은 관객층에 따라서 다르게 묶어서 공연을 한다. 관객층도 폭 넓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로만 예술적으로 만들어 볼 할까도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연극 안데르센의 한 장면.(사진/김건표 교수)

예전에 연희단거리패 단원 한명한데 푸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매년 엄청난 속도로 연극을 만드는데 극단은 달라지는 게 있냐고 물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 할 연극문화를 우리가 다 하는 것 같다. 제대로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연희단거리패가 나서면 문화가 되고 축제가 되잖아. 연극 들고 세계로 나가서 기립박수 받고 ‘한국연극 최고’ 라고 얘기를 들어도 연희단거리패는 달라지는 게 없어. 이윤택 선생님과 이를 악물고 열심히 연극만 하는 거야. 그게 우리가 연극을 꿈꾸는 공동체 정신이야” 


밀양연극촌은 그가 만들어 놓은 걸작이다.


시간이 깊게 흘렀다. 저녁 빛을 받고 서 있는 빨간 극장 국립극단은 무대가 되고 있었다. 버튼을 눌렀다. 

▲김건표 교수.


●김건표 교수(대경대학 연극영화방송학부)는 연극·뮤지컬·공연 예술문화의 이야기들을 찾아 전문리뷰를 써오고 칼럼리스트다.
방송과 다양한 매체의 신문을 통해 수많은 스타와 전문가 그리고 공연예술가들의 인터뷰와 작품리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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