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교육 15년의 전문가입니다. 워낙 인기가 많은 분이라 모시기 쉽지 않았습니다.” 사회자가 필자를 소개한다. 그러나 청중은 별 반응이 없다. 일상적인 교육이고, 많은 강사 중의 한 명이라는 관성적 생각 탓이다. 또 자발적 교육 참여가 아닌 탓도 크다.
필자는 “오늘의 주제를 그림으로 표현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소매를 걷어붙인 뒤 커피파우더아트를 시작했다. 청중에게 밝음을 선물하기 위해 경쾌한 음악을 배경으로 깔았다. 손으로 커피가루를 뿌리며 예술을 창작할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작은 탄성이 신음처럼 흘러나왔다.
청중은 화면의 캔버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들은 퀴즈라도 풀듯이 입을 뗐다. “저글링이다!”, “어! 서커스?”, “마술사일까?” 등등 이다. 답을 알아내려는 의지가 TV장학퀴즈 골든벨에 출연한 고교생들보다 더 강하다.
눈과 손과 마음은 그림에 몰입해 있다. 그러나 귀는 어느 정도 열려 있다. 사람의 오감 중 가장 발달한 게 청각이다. 사람은 1분에 250단어를 말하고, 500단어를 생각하고, 700단어를 들을 능력이 있다. 귀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듣기에 유리한 구조인 것이다. 듣기를 통해 청중의 반응과 숨결이 느껴진다. “이런 강의는 처음이야. 너무 생소한데.”
3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연 후 청중에게 다가갔다. “여러분, 제가 그린 그림이 뭘까요?” 많은 사람이 “저글링”이라고 답한다. 다시 질문했다. “제가 이 그림을 왜 그렸을까요?” 청중들은 머뭇거리면서 대답하지 못한다. 답을 모를 때는 배경을 참고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오늘의 강의 주제는 행복과 긍정이다. 청중들은 저글링이 행복과 무슨 관계인가 의아해 한다.
이 반응은 이미 예상된 것이다.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열심히 사는데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다양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욕심이 많아서요.”, “자족할 줄 몰라서요.”, “인생의 방향을 몰라서요.” 기업 참여자들은 교육을 많이 받아서인지 대답 수준도 높다.
“맞습니다. 말씀한 것들이 모두 답입니다. 여러분의 답변에 한 가지를 덧붙입니다. 삶의 균형이 깨져서 행복함을 못 느끼는 것입니다.” 필자는 삶의 균형 6가지를 말한다. 모두가 필기 준비를 한다.
“타이틀은 삶의 균형입니다. 첫째 경제적, 둘째 신체적, 셋째 가정적, 넷째 인간관계적, 다섯째 영적, 마지막으로 지적입니다.” 메모가 끝 나감을 살핀 후, 청중들에게 요청을 했다. “여러분 필기를 다 하셨나요. 이제부터 각 요소를 100%로 봅니다. 예를 들어 삶의 균형 6가지를 더해서 100%가 아닌 경제적 100%, 가정적 100%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합니다. 각 분야를 얼마나 관심 갖고 관리하는지 솔직하게 퍼센테이지로 적어보겠습니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일부를 위해 부연 설명한다. “예를 들어 술 담배 다하면서 비만인데 운동도 안하고 잠도 잘 못자면 신체적 조건은 몇 퍼센트나 되는 걸까요?” 금세 답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0%요.”
다시 필자의 차례다. 평소의 생각을 밝혔다. 전무인 0%는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때다. 따라서 질문에 대한 답은 20~30%다. 가정적인 부분은 그저 밥만 먹고 인사만 하는 가족인지, 함께 시간을 나누고 관심과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인지에 따라 다르다. 경제적인 면은 돈을 열심히 버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얼마나 절약하며 미래에 써야할 예상 소비를 준비하며 사느냐는 것이다. 영적인 것은 종교를 의미한다. 지적인 부분은 독서와 연관이 있다. 전문 자격증이나 인생 목표 검토, 준비 등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대인관계는 매번 얼굴 보는 몇몇 사람만인지, 다양한 인맥과 영향력을 서로 주고받으며 폭넓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 같은 설명을 한 뒤 다시 말한다. “이제 생각을 정리해 퍼센테이지를 적어보시죠.” 고민하는 청중의 흔적들이 보인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던 실습이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 보니 대충 할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순간, 진지한 분위기다. 잠시 후 상황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필자: 여러분, 다 적으셨나요. 질문 드리겠습니다. 50% 이하인 부분인 있죠?
청중: 네.
필자: 한 개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개 있을 수도 있죠?
청중: 네.
필자: 그럼 비율이 낮은 항목들을 관리하지 않고 놔두면 앞으로 향상 될까요? 아니면 떨어질까요?
청중: 떨어집니다.
필자: 그렇습니다. 너무도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살지만 행복함을 느끼지 못함은 적절한 밸런스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6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한쪽에 치중되거나, 한 가지를 완전히 무시하면서 산 결과입니다.
강의장에 침묵이 쌓이는 가운데 필자는 한 사례를 들었다. “제가 아는 치과원장이 있습니다. 아주 큰 병원을 운영하고, 집은 저택으로 표현되고, 차는 2억원이 넘는 고급입니다. 경제적 밸런스가 아주 높습니다. 또 학회에 참여하는 교수로서 대인관계도 아주 넓습니다.
운동을 좋아해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합니다. 종교 활동도 하고, 지적으로도 뛰어납니다. 두뇌가 영특하고 언언 감각도 탁월해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제가 뭐 하나 얘기 안한 게 있죠? 그게 뭘까요?”
청중이 일제히 ‘가정’이라고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그분은 현재 이혼 위기입니다. 아내가 얼굴만 보면 이혼하자고 소리칩니다. 그분도 하나가 될 수 없는 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가요? 이분은 행복할까요?”
요즘 청중은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이 같은 질문에 장난 끼 있는 중년참여자가 대뜸 답한다. “네 행복하겠는데요.” 강의장 안에 웃음이 퍼진다. 웃음 속에 진지한 흐름이 함께 흐른다. “그렇습니다.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건강과 함께 가정이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경제적인 부분도 간과하지 말고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실습을 주문한다. “여러분, 중요한 부분을 깨달았다면 적용해 봐야겠죠. 목표 적용 시트를 펴세요. 삶의 균형 중에 비중이 낮은 시급하고 중요한 부분부터 비중을 향상시킬 실천행동을 계획해 보시겠습니다.”
글쓴이 방용운
리더십을 예술에 접목한 아츠 리더십 강사다. 기업교육 15년 경력의 필드고수다. 현장의 함성과 회사의 목소리를 창의적으로 승화시키는 ‘강의의 달인’ 이다. 그렇기에 매년 기업 교육 팀에서 선호하는 인기강사, 특강강사 1순위 후보로 손꼽힌다. (주)런투 컨설팅 교수실 실장이고, 윌슨러닝코리아 교수 그룹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