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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H의 ‘고양 향동’은 탐욕과 복지부동의 합작품

방만경영 대표적 사례… 반면교사(反面敎師) 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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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7.03 09:53:47

▲도기천 정경부장

(CNB=도기천 정경부장) CNB가 지난 1일 단독 보도한 <고양시 향동지구 무법천지…땅주인 LH공사 “나몰라”> 제하 기사의 반향이 뜨겁다.


CNB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동 일원에 추진 중인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수년간 표류하면서 121만㎡부지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바뀐 사실을 생생한 현장 취재를 통해 보도 한 바 있다.


현장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무단경작에다 각종 폐기물 투기가 횡행했다. 이곳을 가로 지르는 편도1차선 도로는 LH와 관할 지자체가 관리 책임을 미루면서 아스팔트가 균열·파괴되고 차선이 사라져 ‘죽음의 도로’로 바뀌었는데도 사람과 자전거, 차량이 통행하고 있었다.


심지어 오래전 단전·단수 조치가 취해져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인데도 일부 원주민들은 버젓이 밭을 일구며 살고 있었다.


기사가 나간 뒤 고양 향동지구 개발 정보를 공유하고 있던 분양정보 사이트, 아파트동호회 등에 기사가 퍼날라지며 조속한 향동지구 정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동지구는 한마디로 인간의 탐욕과 공직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주의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경기가 최고조에 달한 2006년경부터 LH공사는 김포·고양·파주·용인 등 수도권에 신규분양 물량을 쏟아냈다.


당시까지만 해도 ‘자고나면 1000만원 오른다’는 유행어가 등장할 정도로 부동산 투기 붐이 극심했다. 월수입 2~300만원 남짓한 봉급생활자들도 수억원씩 빚을 내 내집 마련에 나서던 때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주택시장은 급속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특히 위기의 진원(震源)이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컸다.  


그럼에도 정부와 LH공사는 주택공급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과거 5년치에 해당하는 공급 물량이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쏟아졌다. 공공임대, 보금자리, 장기전세, 민간분양 등 방식도 다양했다. 김포 고양 파주 등 경기 서북부권역에만 최소 10만세대 이상이 공급됐다. 


KDI는 당시 상황에 대해 “4개 지역(김포 고양 파주 용인)은 주택보급률이 100%에 근접했거나 넘어섰는데도 신도시 개발,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추가로 주택이 공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주변 아파트 가격은 20%이상 폭락했다. 하우스푸어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건설사들은 미분양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줄도산 했다. 살아남은 건설사들은 눈물의 ‘땡처리’(할인판매)에 나서야 했다.


개발논리 앞세우다 ‘부메랑’ 맞아


이 시기에 고양에서는 삼송·원흥·향동이 택지개발지구(보금자리주택 부지)로 지정됐다. 서울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킨다는 LH의 당시 명분은 그럴듯해 보였다.


하지만 삼송 원흥 향동이 불과 2~3킬로미터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3곳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LH의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당시는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던 때였다.


특히 향동지구는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경부터 주민보상이 시작돼 2009년경 원주민 철거가 완료됐다.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사업을 접었어야 옳았다. 욕심이 앞선 결과 판단력이 흐려져 스스로 화를 불렀다. 주민 보상(철거)이 끝난지 5년이 넘도록 사업은 진행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또하나 짚어야할 문제가 있다. 공직 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주의다.


고양시는 지난 2006년 그린벨트 해제를 전제로 향동·덕은동 일대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했다. 이듬해 보상공고가 났고, 개발 승인이 떨어졌다. 주변지역에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사업을 밀어붙였던 데는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 작용했다.


이미 공고가 나간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게 그들 사회의 ‘룰’이었다. 고양시와 LH가 민간기업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고양 향동은 토박이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살던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다. 망월산, 봉산 등에 둘러싸여 수도권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동네 안에는 향동천이 흘렀다.


개발논리 앞에 주민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하지만 그 자리는 아직도 황량한 공터로 남아 5년간 쓰레기만 쌓이고 있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LH는 개발자금 수천억원이 그곳에 묶였다. ‘사람’보다 ‘개발’을 앞세운 결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최근 LH는 102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부장급 간부들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결의한 상태다.


공기업의 쇄신은 과거의 방만경영을 깊이 반성하는 데서부터 비롯돼야 한다. 고양 향동의 사례를 새기고 또 새겨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CNB=도기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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