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은 공동체가 창출한 가치를 사적으로 포획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은 인터넷 상업화의 산물이다. '텔레코뮤니스트 선언'의 저자 드미트리 클라이너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인터넷을 한다'고 표현하는,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www로 시작하는 주소를 입력하면서 시작하는 그 행위들이 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진, 초기 인터넷 대상으로 한 인클로저의 의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초기 인터넷은 또래협력(P2P)에 기반한 네트워크였다. 그러나 웹의 등장으로 인해 인터넷은 서버-클라이언트 구조로 재편됐다. 중앙의 통제 없이, 거대 기업의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또래 협력 네크워크를 통해 수평적으로 이루어지던 인터넷상의 활동들, 검색, 이메일, 채팅, 영상 스트리밍, 파일공유 등은 이제 서버에 의존한 활동으로 전환됐다.
우리가 흔히 인터넷의 자연스러운 발달과저으로 알고 있는 WWW(월드와이드웹)의 재편은 사실 정보-인클로저의 과정이었다. 이러한 정보-인클로저를 통해 인터넷은 공유지가 아니라 상품으로 전환된다.
오늘날 대표적인 웹2.0 기업이라 할 수 있는 구글의 노동자는 이제 구글과 고용계약을 맺은 직원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우리 모두가 사실상 구글의 노동자다.
구글의 가치는 구글의 사이트와 알고리즘을 제작하는 직원들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창출한다. 때문에 이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제작한 영상을 공유하거나, 친구들과 안부를 주고 받고, 정보를 교환하는 활동을 통해 '노동'한다.
웹2.0에 있어 새로운 것이 있다면, "콘텐츠 제작은 커뮤니티에 개방하고, 콘텐츠의 브랜드화는 변함없이 획일적으로 유지하는 "구조를 통해 우리가 새로운 인터넷 노동계급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우리의 삶 활동이 '노동'으로 전환되고, 카피라이트가 개인들간의 파일 공유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시대에 저자는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는가? 저자의 주장은 한마디로 생산적 공유지의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텔레코뮤니스트 선언'은 전 지구적 정보 경제가 출현한 시대에 생산적 공유지를 구축하기 위한 제언이다. 텔레코뮤니즘(telecommunism)이란 말 그대로 분산되어, 원격으로 작동하는 코뮤니즘을 말한다.
소유권이 원격으로 작동하는 통제라면, 텔레코뮤니즘은 정보경제 시대에 원격으로 작동하는 전지구적 협력이다. "사회를 바꾸는 유일한 길은 다르게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단언하는 저자가 이 협력, 다시 말해 생산적 공유지를 구축하기 위해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은 벤처 콤뮤니즘과 카피파레프트로 압축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벤처 코뮤니즘과 카피파레프트는 모두 현재 시스템을 재전유하면서 시작한다. 벤처 코뮤니즘은 벤처 자본을, 카피파레프트는 카피라이트를 재전유하며 출발한다.
또한 책의 제목뿐만 아니라 책 곳곳에서 우리는 저자가 기존의 사유들을 재전유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의 제안을 우리가 어떻게 전유할지는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특히 극소수의 플랫폼이 지배하는 국내의 인터넷 환경에 불만이 많았던 사용자들에게, '굿 다운로더'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이들에게, 창작자로서의 삶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도구로 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드미트리 클라이너 △옮긴이 권범철 △펴낸곳 도서출판 갈무리 △244쪽 △정가 17000원.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