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이야기될 정도로 초판 출판 당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평론계에서 관례적으로 옹호되어 왔던 음악 거장들의 치부와 권력을 가감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비판으로 가득한 밀도 높은 문장, 위트 넘치는 통렬한 폭로로 클래식 음악과 120년 지휘의 역사를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으로 펼쳐 보인다.
3∼4%로 떨어진 클래식 음반이 보여주는 참혹한 현실에 대해 저자는 음악계 내부의 근본적 원인을 '지휘자 권력'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탐색하고 밝혀 간다.
레브레히트는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 작곡가와 분리된 최초의 전문 지휘자들이 생겨난 배경을 자세히 다룬다. "자기가 작곡한 음악을 직접 지휘하려는 베토벤의 시도가 눈물 어린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리자, 작곡가는 연주자를 자연스럽게 이끄는 인물로는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지휘자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고 밝힌다.
저자는 독재자 토스카니니의 파시스트에 대한 저항의 이중성, 좌익 성향, 동성애, 유대계 혈통으로 인한 사회적 압력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음악을 고수한 번스타인, 소련을 탈출한 쿠세비츠키, 1989년 동독 몰락 당시 민주화에 기여한 쿠르트 마주어의 활동 등을 소개한다.
또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 여기저기를 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지휘자들을 레브레히트는 '제트족'이라 명명한다.
지휘자의 역사를 연 니키슈부터 20세기 최고의 마에스트로로 꼽히는 카라얀, 현대의 유명 지휘자들(클라우디오 아바도에서 주빈 메타에 이르기까지)이 모두 '제트족'의 계보를 잇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 클래식 음악 해석의 권력을 손에 쥔 지휘자들이 세계대전 이후 어떻게 자본과 결합하여 물질적 부를 쌓아 갔는지, 물질적인 야망을 예술적인 고려보다 앞세우기 시작하며 어떻게 지휘계의 몰락을 준비해 갔는지 구체적으로 파헤친다.
△지은이 노먼 레브레히트 △옮긴이 김재용 △펴낸곳 펜타그램 △824쪽 △정가 28000원.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