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여간의 전시 후 철거되는 이번 설치작업을 위해 천대광은 고밀도 스티로폼의 일종인 아이소핑크 패널 300여 장으로 약 200평방미터의 전시공간에 높이 4미터에 이르는 대형 구조물을 직접 축조했다.
지극히 인공적인 화학재료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작가는 전남 여수의 명소인 향일함을 둘러싼 바위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모티브로 거대한 유사 자연을 연출한다.
부자연스러운 핑크빛을 그대로 노출한 채 스펙타클하게 흐르는 자연의 실루엣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연과 인공에 대한 선입견에 불협하며 감각적 교란을 유도한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향일암과 '인왕제색도'를 형태 및 의미적 차원에서 이종교배시키고자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천대광 작가는 "신체의 감각적 경험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예술적 실험"의 일환이라며, "전시의 주제를 굳이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가가 결정하지 않은 주제는 아이소핑크라는 생소한 외래어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건축 마감재가 단열이라는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날 때 무엇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지닌 채 작가가 만들어낸 사이비 자연 속을 거닐며 관람객 각자가 마주하게 될 형용할 수 없는 감각적 체험이 전시의 주제가 될 것이다. 전시는 7월 15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