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에 걸린 그림들이 아니라 역사 실내 전체를 블루로 감싼 설치작품이 제 기능을 다하고 이전을 하는 부산시 우동 구해운대역에 설치되어 오고가는 이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작품들은 블루 마니아로 잘 알려진 작가 조은필(36)이 6월 11일부터 8월 20일까지 진행하는 'Blue-Sea, 그 무한의 영역으로'전의 설치 모습이다.
어린 시절 부터 변함없이 블루 한 가지 색만 좋아한 작가는 자신의 생활 주변에 파란사물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로 인해 창작 과정을 통해 선보이는 작품들은 여지없이 블루가 등장한다.
"제 기억과 감정의 단편들은 그 형태와 상관없이 결국 블루라는 하나의 색깔로 귀결됩니다. 사물이나 공간을 파랗게 칠하거나 변모시키는 행위는 제가 기억하고 경험한 부분을 기억해내는 행위이며 지나간 시간들의 감성과 스토리의 재연이고, 제 자신의 영역확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해운대역사에 펼쳐 놓은 블루는 '울트라마린'이라는 '극한의 블루'가 사용된다. 이 색은 색 자체에서 오묘한 광기를 드러내며, 작업에 대입시킬 때 색에 대한 작가의 집착과 일맥상통한다.
철도 복선화로 새로운 해운대역이 생기는 관계로 우동 팔각지붕의 구해운대역이라는 장소에서 터지듯 번져가는 소용돌이의 블루는 꿈이었고 그리움이었고 회환의 기록으로 볼 수 있다.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구해운대 역사는 개인의 오랜 세월을 뜻하며, 그 세월 동안 잠시 품었던 꿈, 이루지 못한 희망, 잠시 꿈꾸다가 잊힌 것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한 때 등을 자유롭게 풀어 줄 수 있는 장소이다.
구해운대역사에 설치된 작업들은 강인한 블루가 겹겹이 쌓여지며 만들어져 있다. 스쳐 지나듯 보면 단순하지만, 면면히 살펴보면 인생의 희로애락이 묻어나는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조은필이 선보이는 이번 작업은 형태와 색이 가진 힘만을 극대화한 미니멀 아트를 넘어서서, 삶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과정을 담고 있다. 완전한 순수한 블루를 찾는 여정인 'Blue-Sea, 그 무한의 영역으로' 전은 8월 20일까지 구해운대역사에서 볼 수 있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