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식약처는 “인산염은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라고 공식발표, 남양유업의 주장을 무색케 했다. 남양유업은 이에 아랑곳 않고 여전히 ‘인산염’을 앞세워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커피믹스 ‘누보’ 인산염 무첨가 대대적 홍보
논란 일자 식약처 “인체 무해” 공식 발표
뻘쭘해진 남양유업, “그래도 해롭다” 똥고집
인산염의 유해성과 관련한 논란은 지난해 12월 남양유업이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를 출시하면서 처음으로 불거졌다.
누보는 남양유업이 2000억원을 투자한 나주커피전용공장의 준공과 함께 야심차게 출시한 신제품으로, 남양유업은 이 제품의 홍보 포인트를 “크리머에 ‘인산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뒀다.
남양유업은 ‘인’ 성분을 과잉 섭취해 칼슘과 불균형을 이룰 경우, 골 질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홍보해왔다. 남양유업은 “대한민국 성인이 인을 칼슘에 비해 평균 2.2배 이상 과잉 섭취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보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커피믹스는 1개당 대략 30~35㎎의 인을 함유하고 있는데 누보는 전혀 첨가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인산염의 안전성 자체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인산염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식생활을 통해 성인이 필요량 이상의 인을 섭취하고 있다며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인산염은 되도록 사용하지도 먹지도 않는 것이 좋다는 모호한 입장이었다.
인산염은 인(P)과 나트륨(Na), 칼륨(K) 등이 결합된 물질로, 그 자체로는 위해성이 없다는게 식품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산도조절제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남양유업은 이런 ‘겁주기식’ 홍보 전략을 계속해왔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조장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인산염=인체유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동서식품 등 경쟁사들은 “안전한 식품첨가물인 인산염을 남양유업 자신도 타 제품에 사용하면서, ‘누보’에는 전혀 넣지 않는다고 홍보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식약처 “인산염 무해”…논란 종지부
이처럼 남양유업의 ‘겁주기식’ 제품홍보로 인산염 유해 논란이 계속되자 급기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20일 공식발표를 내놨다.
식품첨가물로 사용되는 인산염이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인정된 품목임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인(P) 섭취량 조사결과 안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인은 필수 무기질 성분으로 사람, 동·식물 등 모든 생물체에 천연 성분인 인산염 형태로 존재하며, 단백질이 높은 식품에 다량 함유돼 있다. 식품 원료에 천연으로 존재하는 인과 식품첨가물로 사용된 인산염의 인의 체내 대사과정은 동일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주로 백미·우유 등을 통해 하루 평균 1193mg/day의 인(P)을 섭취하고 있는데, 인체안전기준인 1일 최대섭취한계량(MTDI) 70mg/kg·bw/day(체중 60kg 성인 기준 4200mg)의 28%로 안전한 수준이라는 것. 즉, 체중이 60kg인 성인이 평생 동안 매일 4200mg의 인을 섭취해도 건강상의 위해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을 섭취하는 주요 식품은 백미(264.9mg), 우유(71.2mg), 돼지고기(50.2mg), 달걀(41.6mg), 김치(39.8mg) 순으로 이들 5품목이 하루 평균 인 섭취량의 약 40%를 차지해 식품첨가물이 아닌 일반 농·축산물을 통해 더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식약처의 발표는 남양유업의 ‘인산염 무첨가’ 노이즈 마케팅에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인산염이 안전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남양유업 “인산염 유해 입장 변화없다”
하지만 이같은 식약처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측은 여전히 ‘인산염 무첨가 마케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남양유업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기호식품 커피에 들어있는 인 섭취를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식약처의 발표에도 불구) 마케팅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품 출시 때부터 있어 왔던 얘기로 지금 상황에서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누보와 관련해 독불장군식 마케팅을 강행하는 것이 결국 ‘매출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누보는 출시 40여일 만에 매출 50억원을 돌파했으며 현재 하루 평균 1억5000만원 어치가 팔려나가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행여 마케팅 전략을 변경할 경우 매출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누보를 통해 오는 2016년까지 국내 시장점유율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의 발표를 통해 ‘인산염 노이즈 마케팅’의 약발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남양유업이 매출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