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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교피아 해부①]교육부→대학총장 ‘낙하산’ 실상

[1편] ‘교육부’가 장악한 대학…‘교육자’ 품에 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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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6.20 10:47:59

▲지성을 상징하는 ‘상아탑’이 우뚝 솟아 있는 모 대학의 전경 (해당기사와 상관없음) /CNB포토뱅크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부처 산하 유관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리꽂힌 ‘관피아’(관료+마피아)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 출신 인사들이 관계 금융기관을 장악해온 것을 마피아(MAFIA)에 빗댄 ‘모피아(MOFIA)’가 진화를 거듭하며 금융계의 금피아, 산업계의 산피아, 해양수산계 해피아, 교육계 교피아 등으로 곁가지를 치고 있다.


특히 교육계의 관료화 문제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교피아’(교육+마피아) 문제는 반드시 짚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가만히 있으라’로 회자되는 희대의 슬픈 유행어가 피동적·획일적 교육행태에서 비롯됐고, 그 교육의 중심에 ‘교육자’가 아닌 ‘교육부’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가치·생명·인간’을 뒤로 한, 관료주의와 경쟁교육이 판을 치면서 발생했다. CNB 또한 기성언론으로서 깊이 반성하며 이 문제를 조명하고자 한다.


단순히 교피아의 실상을 파헤치는 것을 넘어 교육계에 만연한 무사안일주의, 사학재단의 방만 경영 및 세습 문제, 인성교육이 실종된 학교 현장, 빛좋은 개살구가 돼 버린 대학의 각종 연구들, 사학 분쟁의 실상, 대학은 살찌는데 왜 학생들은 더 가난해졌는가 등 우리교육 전반에 자리잡은 문제점과 대안 모색을 연중 기획으로 싣고자 한다. <편집자주>  (CNB=도기천 기자)


“국책사업 따와라” 조건부 채용 관행 ‘만연’
교육부 장·차관 출신 줄줄이 총장 취임 ‘논란’
총장 부임 후 해당대학 정부지원금 대폭 증가 
정치권 “'교피아 대학 총장' 법으로 금지” 추진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국대 교수 86명은 지난 12일 ‘국가 개조의 주체는 국민이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대학이라는 상아탑에 안주하면서 효율과 경제성만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거나 방관해 온 것을 깊이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인천대 교수들은 지난달 시국선언에서 “5월5일은 역사상 가장 우울한 어린이날이었고, 5월8일은 가장 슬픈 어버이날이었고, 5월15일은 가장 부끄러운 스승의 날이었다”고 자책했다. 성균관대 문과대 휴머니스트 교수회의는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는 스승이 아니었다”고 통탄했다. 


“어른의 말을 들으면 생명을 부지할 수 없는 사회… 어른이 설 자리는 없어졌고,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녀, 선생과 학생 사이의 연결고리는 사라졌으며, 교육의 토대는 붕괴됐다”(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들), “학생들에게 진리와 공동의 선을 가르치기보다는 자본과 시장을 위한 유능한 인적 자원이 되도록 종용해오지 않았는가”(가톨릭대 교수들), “불의와 거짓에 적극적으로 맞서 진실과 정의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제주지역 교수들), “우리는 함께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삶의 지혜를 가르치기보다는 무한경쟁과 성과주의 교육을 가르친 공범자다”(인천대 교수들) 등 수많은 교수들의 성명과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2만여명의 교수와 교사가 세월호 진상규명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고, 학생들은 광화문에서 촛불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국회는 세월호 참사의 배경이 된 교피아 척결을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 퇴직 고위 공무원은 사립대학 총장이나 산하 연구기관으로 재취업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지만 법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난달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민관유착은 비단 해운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 년간 쌓이고 지속돼 온 고질적 병폐”라며 “국민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최근 정부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에 사립대학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정부안)을 확정, 정치권과 함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법령에서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일로부터 2년간 취업이 제한되는 기관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사기업체, 법무법인,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으로 사립대가 빠져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 공무원이 퇴직 후 업무 관련성이 높은 사립대학의 요직에 재취업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특히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 사립대 총장으로 취임해 정부 감사 등으로부터 ‘방패막이’ 역할을 하거나, 교육부의 대학 지원금을 ‘곶감 빼먹듯’ 하는 일이 관례처럼 굳어져 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현재까지 교육부 차관(또는 차관급)을 지낸 고위 공무원 14명 중 10명이 퇴직 후 사립대 총장으로 재취업했다.

 

▲교육부 고위 공직자의 대학 총장 재취업 후 정부 재정지원액 변동 현황 (자료: 유기홍 의원실)


돌고 도는 ‘그들만의 리그’


CNB가 유기홍 의원실의 협조를 받아 이들의 프로필을 따져보니,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03~2004년 교육부 차관을 지낸 서범석 전 교직원 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2012년부터 오산대 총장에 재임 중이다. 2002~2003년 교육부 차관을 지낸 김신복 박사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 부총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 백석문화대 총장에 취임한 김영식 박사는 2004~2006년 교육부 차관을 지낸 뒤 2010년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육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2011~2013년 한국국제대 총장을 지냈다.


2006년 3월 불과 1개월 남짓 교육부 차관을 지낸 이기우 박사는 차관을 사임한 4개월 뒤인 2006년 7월에 인천재능대 총장에 취임해 현재까지 총장직을 지키고 있다. 2010년부터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2006~2007년 6월까지 교육부 차관을 지낸 이종서 박사는 불과 두 달 뒤인 2007년 9월에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에 올랐다. 지난해부터는 관동대 총장을 맡고 있다. 


2008년 교육부 제1차관을 지낸 우형식 박사는 2009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금오공대 총장을 지냈다. 


2010~2012년 교육부 제1차관을 지낸 설동근 전 차관은 차관 퇴임 5개월 뒤인 2012년 6월부터 동명대 총장을 맡고 있다. 2012~2013년 교육부 차관을 지낸 김응권 전 차관은 지난 4월 우석대 총장 취임했다.


전·현직 장관도 ‘교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2007~2008년 교육부 차관을 거쳐 2012~2013년 위덕대 총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장관에 취임했다. 2010~2013년 교육부 장관을 지낸 교육부 차관 출신의 이주호 전 장관은 현재 한국개발원(KDI)에 적을 두고 있다.


‘낙하산→전관예우→곶감 빼먹기’ 언제까지?


이처럼 교육부의 수장급들이 사립대학에 줄줄이 자리를 잡으면서 정부의 재정지원도 여타 대학들과는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재정지원 사업비를 둘러싼 ‘교피아’ 간 유착관계는 교육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유기홍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차관급 이상 퇴직 공무원 출신이 총장으로 재직한 이후 해당 대학의 재정지원 사업비가 크게 늘어났다.


동명대의 경우 교육부 차관 출신인 설동근 총장이 취임한 첫 해인 2012년도의 재정지원 사업비가 전년도 33억2479만원에서 121억7117만원으로 4배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서남수 현 장관이 총장으로 있었던 위덕대 역시 서 장관의 총장 취임 첫해 재정지원 사업비가 전년도에 비해 두 배(2011년 14억5689만원→2012년 26억2031만원) 가량 올랐다.


오산대는 서범석 전 차관이 총장으로 부임한 2012년에 정부지원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2011년 14억 3000만원→2012년 54억 5124만원) 늘었다.


한국국제대 역시 김영식 전 차관이 총장에 부임한 이듬해에 정부 지원이 큰 폭으로 증가(2011년 15억 5,128만원→2012년 41억 3,953만원) 했다.

 

▲서울대 정문 야경 (해당기사와 상관없음) / 사진=연합뉴스.

교육부 감사관 출신의 김은섭 대경대 총장도 2012년 총장에 부임하면서 그해 정부지원이 전년도에 비해 3배( 2011년 15억 4370만원→2012년 52억 4813만원) 넘게 뛰었다. 대경대 김건표 교수(연극영화방송학부)는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비가 는 것이 아니라 국가장학금이 늘어난 것이며, 당시 대경대 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장학금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금오공대 또한 우형식 전 차관이 총장으로 부임한 직후인 2010년부터 꾸준히 재정지원이 늘고 있다.


서울 유명 사립대의 전직 홍보담당자는 “교육부 출신들이 대학의 주요요직에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들이 교육부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각종 지원사업을 따내거나 국책연구를 꾸준히 수주하고 있다”며 “두뇌한국(BK21) 등 교육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각종 연구사업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전혀 없고 교피아의 주머니를 살찌우는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고 CNB에 털어놨다.


이처럼 교피아 관행이 만연하면서 국회에서는 관련법 개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유기홍 의원은 고위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대상에 ‘대학’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을 최근 의원 11명과 함께 대표 발의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감사부서 7급 이상 공직자는 퇴직 이전 5년간 소속부서 업무와 업무관련성이 밀접한 사기업이나 법무법인·회계법인, 공기업 및 공공기관 등에 취업을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대학(학교법인)은 비영리기관으로 분류돼 마땅한 법적 제재수단이 없다.


유기홍 의원실 이혜진 비서관은 CNB에 “교육계의 고질적인 병페인 교피아 관행이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관련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고위급 퇴직공직자가 대학은 물론 공직유관단체(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자, 출연, 보조를 받거나 업무를 위탁받은 기관·단체)에도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상임위에 제출했으며, 정부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이르면 7월 중에 국회통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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