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White Sea Black Sea: 경계에서의 삶'전으로 소개된 이후 더욱 성숙해져 나온 6년만의 결실이다.
작가는 몇 해 전 벨기에 남부의 작은 도시 샤를루아에 처음 발을 들였다. 샤를루아는 한 때 활발한 철광산업의 영관으로 밤낮없이 생동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탄광폐쇄와 산업쇠퇴로 길 곳곳에 석탄 무더기들만이 남은 '검은 나라 Pays Noir'가 됐다. 이번에 출간한 사진집 'Home Among Black Hills'는 과거와 현재의 변화 한가운데서 이 도시가 가진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포착한 결과물이다.
일자리가 모두에게 돌아갈 만큼 풍족했던 시절, 남유럽과 북아프리카 등지의 많은 사람들은 광부가 되기 위해 샤를루아로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지하 900미터 탄광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한 연대의식으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던 사람들이다. 탄전의 잔해들로 텅 빈 지금의 샤를루아에는 나눌 줄 알고, 서로에게 관심 갖고 존경할 줄 아는 오래 전 광부들의 고귀한 정신이 오묘하게 스며있다.
작가가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나눈 교감, 그 깊은 인상이 사진 곳곳에 깃들어 있다. 그의 첫 번째 작업 'White Sea Black Sea'에서 보여준 날카롭지만 정감어린 시선은 여전히 생동하여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