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이~ 탕! 탕!” 이 소리는 옛날 버스안내하시던분들이 버스를 두 번 두드리며 출발을 알리는 신호소리입니다.
학창시절 아침등교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지만 벌써 만원이 된 버스가 올 때면 지나쳐버릴까봐 눈물이 차올랐죠.
그러나 그 절체절명의 순간 천하장사 버스안내 언니는 헐크와 같은 힘으로 우리를 버스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내 손과 다리는 어느 공간에 있는지도 모른 채 버스를 탔지만, 버스를 탔다는 안도감에 있는 힘껏 밀어준 언니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사람들로 꽉 찬 버스를 운전기사님은 지그재그 운전으로 한번 흔들고나면, 버스안내 언니는 능란한 솜씨로 반자동으로 문을 닫았죠.
단지 버스를 내릴 때는 만신창이된 모습으로 머리카락은 산발이고 교복은 구겨지고 팔과 다리는 360도 돌았던 것처럼 뻐근하지만, 서로의 얼굴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등교를 했습니다.
하굣길은 등굣길보다는 여유로웠지만 옆에 남학교 학생들이 밀어닥칠 때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설레고 긴장되었죠.
단발 머리카락을 귀 옆으로 넘기며 슬쩍슬쩍 이성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햇살이 환하게 부서지는 버스창밖으로 비추이는 이성의 얼굴은 더 멋져보였죠. 마치 만화 속에 테리우스처럼.
좋아하는 이성이 있을 때 ‘저....... 가방 받아드릴까요?’ 하며 용기 있게 가방도 받아주고, 버스 내릴 때 남학생앞에 손수건을 일부러 떨어뜨리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 짝사랑하는 남학생을 버스에 남겨둔 채 버스정류장은 그렇게 사라져버렸습니다.
명절에는 큰집에 가기위해 빨간 보따리에 선물을 싸고 부모님과 함께 시외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비포장도로라 덜컹거리고 흙먼지가 날려도 친인척 모두가 모인다는 기쁨에 5시간거리도 정겹게 타고 갔습니다.
버스정류장옆 곱게 핀 민들레가 보이면 조심스럽게 대를 꺾어 후하고 불며 씨앗들을 파란 하늘도 날려 보내던 버스정류장에서의 추억은, 따뜻했던 햇살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버스 안에 오릅니다. ‘오라이 탕탕!~’ 소리가 아닌 ‘삑’하는 교통카드가 들립니다.
버스 회수권을 받으러 갈 필요도 없고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에 대한 안내에 대한 육성도 없습니다
버스는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가 아닌 쭉쭉 뻗은 대로위를 신나게 달리지만 정겹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들 휴대폰을 꺼내어 무엇인가를 열심히 검색하느라 바쁩니다.
그 옛날 빈자리에 앉고자 버스에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타던 추억, 이어폰을 귀에 꽂고 마이마이 카세트의 음악을 청취하며 영화 ‘라붐’의 소피마르소를 흉내 내던 모습은 추억의 저편에 서 있습니다.
옛 시절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습니다.
버스 안에 탔던 그리고 버스 밖으로 보이던 사람들의 향기가 그립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소박한 행복을 누리고 싶습니다.
사람의 향기가 그리운 버스정류장에서, 우리 삶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눌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결혼, 돌잔치, 회갑연, 고희연 등 자리 함께 빛내 주시며 축하 전해주실 귀한 분들 모실 때 그리고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다시 한 번 인사 전할 때 전자우편(e그린우편)이 그 고마움을 대신합니다.
(글=경북지방우정청 이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