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와 급격한 변화로 교직사회 분열이 조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연계·통합계획’을 조만간 확정하고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일원화해,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토록 하자는 게 폐지안의 요지다.
위원회가 폐지안을 내게 된 것은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 12조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노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폐지안이 나온 시기가 참으로 절묘하다는 것.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자, 새누리당 핵심 중진들이 앞다퉈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선진국 예를 보면 직선제보다 임명제가 많다. 국민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교육감 선거를 개선하겠다”며 대놓고 폐지 추진을 시사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교육감 선거가 후보 인지도 부족으로 로또 선거,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 교육이 발달한 대부분 선진국들이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한 중진의원은 “선거 비리로 많은 교육감이 전과자가 됐고, 이념·진영 논리로 학생을 교육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이냐”며 색깔공세를 펴기도 했다.
그러자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교육감 선거에 불복하고 교육감 선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직선제 페지안 나온 시기 절묘
여당이 ‘불씨’ 청와대가 ‘부채질’
교육 현장 또 혼란·갈등·분열
진보·보수 ‘사회적 합의체’ 절실
이런 시기에 청와대가 서둘러 교육감 직선제 폐지안을 낸 것은 그림이 좋지 않다. 여당이 ‘불씨’를 지피고 청와대가 ‘부채질’ 하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이번 폐지안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때부터 지방자치와 중앙행정을 적절히 분산해 효율적인 지방분권을 이루자는 노력이 계속돼 왔고, 그 노력의 산물로 탄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기가 그렇다.
진보교육감 시대를 맞는 교직사회는 벌써부터 크게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직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를 놓고 전혀 상반된 입장이다. 전교조는 “혁신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라며 진보 교육감들의 등장에 적극 환영한 반면 교총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 촉구운동과 함께 헌법소원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교육계는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보다 훨씬 더 이념에 민감하고 보수-진보의 대립이 극명한 집단이다. 친환경 무상급식, 역사교과서, 교사의 시국선언 등을 놓고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다.
전체 교육감의 3분의 2 이상이 진보 교육감인 만큼, 교육 현장에 전례 없는 변화의 바람이 예상되는 시기다.
이런 때에 교육감 직선제 폐지안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다간 예기치 못한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시절,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두고 학교 현장이 큰 혼란과 갈등을 겪은 사례를 진보든, 보수든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쟁점마다 충돌하는 소모전을 벌이기보다 정부와 교육감, 학교와 교사, 지방정부 등 여러 교육 주체가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사회적 합의 기구를 꾸리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한다. 직선제 폐지 문제도 거기서 다룰 일이다.
(CNB=도기천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