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잎 바람에 떨어지고, 정열의 붉은 꽃송이가 철조망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장미가 한창인 6월은 ‘환경의 달’이며,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다.
UN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자, 법으로 정한 기념일이다.
1972년 유엔 제27차 총회에서 인간환경회의 개막일인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정하고, 각국 정부에 행사를 실시하도록 권고하였다.
이에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매년 정부차원의 기념식을 개최하고 각종 환경보전 행사를 실시하여 왔으며, 1996년에 6월 5일을 법정기념일인 ‘환경의 날’로 제정하게 된 것이다.
환경이란, ‘생활체를 둘러싸고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 또는 사회의 조건이나 형편’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즉, 사람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말함이다. 먹고 입고 자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공기나 물, 햇빛과 바람, 꽃과 나무, 과학, 경제 등 어느 것 하나 환경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이 없다. 환경을 빼고 생태계를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환경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인정함으로써, 환경을 향한 국민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환경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반해 환경을 향한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을 해보아야 할 일이다.
주말이 지나고 나면, 산과 하천에 버려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는 어느 산골 스님의 하소연을 듣고 보니 공연히 뒤가 궁금해진다.
아차, 실수로 되가져오지 못한 쓰레기는 없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바위 틈 사이에 꼭꼭 숨겨놓고 오지는 않았는지. 운전을 하다보면, 차창 밖으로 슬쩍 내던지는 휴지나 담배꽁초는 또 얼마나 많은지.
‘잘되면 내 탓이요, 잘못되면 남의 탓’을 하기가 십상이다.
권리를 찾기만 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뒷일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온 나라를 실의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로도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추돌사고나 충남 아산의 신축 오피스텔이 한쪽으로 기우는 등 잇따른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만 보더라도, 기본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환경을 떠나 삶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환경의 기본은 삶의 기본이다. 권리가 내 것이면, 의무 또한 나의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남의 말 하듯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이 어렵다는 것이다.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5월의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37도를 넘어섰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어떤 날씨가 우리를 힘들게 할지, 지난여름의 지속적인 폭염과 열대야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진땀이 날 것 같다.
사람으로 인해 높아진 지구의 온도는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큰 숙제다.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참고 견뎌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이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0(Zero)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20% 이상이 1,000년 넘게 대기 중에 남아있어 기후변화 양상은 수백 년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의 달,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환경에게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편지를 써보자.
연중 한 달만이라도 환경에 대한 감사와 공경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의 씨앗이 주변으로 널리 퍼져 우리의 이웃이 환경사랑의 꽃밭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장미꽃 붉게 물든 유월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지혜를 나눠보자.
●수필가 허봉조씨는 현재 대구지방환경청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수필가, 환경노래작사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칼럼 및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