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과 관련한 청와대 책임론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정조사 부담까지 떠안게 된 김 실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CNB=도기천 기자)
“사퇴 결심 굳혔다” vs “만회할 카드 있다”
지방선거·세월호 국정조사…자진 사퇴 ‘변수’
여권 내 ‘청와대 책임론’ 고개…쇄신론 확산
김 실장은 현재 당안팎의 사퇴 압력에 처한 상태다. 새누리당내 비주류인 홍일표 의원은 30일 TBS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전관예우 논란 등으로 안 후보자가 사퇴한 것과 관련, “김 실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세월호 참사로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면서 사과 담화까지 했고 거기에 대한 개혁작업의 첫 조치로서 총리 인선을 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데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나”며 김 실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앞서 같은 당 김성태 의원도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쇄신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 개편이 첫걸음이 돼야 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이철우 의원도 “총리 후보자가 사퇴할 정도가 됐으면 청와대 인사위원장(김기춘 비서실장)이 스스로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여기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갈수록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2년차가 되도록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인사검증 시스템의 최종책임자는 인사위원장인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야권은 물론 집권여당 내에서도 김 실장의 사퇴론이 불거지면서 이미 김 실장의 사의를 두 차례 반려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29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군(民軍) 기술협력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하면서 김 실장을 대동하지 않았다.
여권 안팎에서는 김 실장이 자신의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관측에서부터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여기다 다음달 2일부터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되는 것도 김 실장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여야는 29일 밤 본회의를 열어 ‘세월호 국정조사 계획서’를 재석의원 226명 가운데 찬성 224명 기권 2명으로 통과시켰다. 국정조사는 6월 2일부터 8월 30일까지 90일 동안 실시된다.
여야는 합의에 난항을 겪었던 김 실장을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조사 대상기관에 청와대 비서실을 포함하고 ‘기관보고는 기관의 장이 하도록 한다’는 문구를 국조계획서에 명시한 것. 야당이 강력히 채택을 요구한 김 실장의 실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출석을 강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김 실장이 사퇴할 경우, 국정조사 출석이 불투명해진다. ‘기관의 장’이 출석하도록 해 현직이 아닌 경우 강제성을 띄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는 6·4지방선거가 연이은 악재로 상당히 어려운 판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청와대 책임론이 여권 내에서도 거세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며, 이 틈을 타 과거 친이계 등 당내 비주류들이 쇄신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김 실장이 지방선거를 전후해 스스로 거취를 정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사퇴 시기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이미 두 차례 사의를 밝혔지만 박 대통령이 만류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데다, 김 실장 한 사람의 사임으로 해결될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의 비중을 감안할 때 그가 물러난다면 청와대 비서진의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방선거 성적표가 초라할 경우, 어차피 인적쇄신이 불가피한데 미리서부터 사퇴하는 게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임하더라도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청와대가 김 실장을 놔둔 채 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청와대가 다음 총리 후보자에 깜짝 놀랄만한 참신한 인재를 세워 안대희 카드 실패를 만회할 경우, 김 실장 책임론은 자연스레 묻히게 된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인사검증에 실패한 김 실장이 제대로 된 총리후보를 지명할 경우, ‘결자해지’ 하게 된다는 의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기춘 실장이 안대희 낙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다음 카드를 준비해 뒀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야당도 두 번 연속 낙마시키기에는 발목잡기라는 비난여론이 부담이 돼 (총리 인선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진짜 카드는 아직 꺼내지도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