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음반은 경기민요계를 대표하는 이춘희 명창(67세, 중요무형문화재 제 57호 예능보유자)이 지난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프랑스의 국영방송국인 라디오 프랑스를 통해 출시한 ‘아리랑과 민요(Chant Arirang et Minyo)’이다.
독일음반비평가상은 1980년도에 설립되어 매년 145명 이상의 독일 음악평론가, 음악학자, 방송인 등의 심사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독일음반비평가상은 현재 29개 분야에 걸쳐 시상되고 있으며 독일어권 내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음반 관련 시상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중 이춘희 명창의 음반은 베스테리스테(Bestenliste, 베스트음반목록) 중 월드뮤직 부분에 선정됐다.
이 음반을 선정한 심사위원 중 한 독일의 음악학자 얀 라이쇼우(Jan Reichow)는 심사평에서 “민요의 음반작업에 있어서 이상적인 방법 중 한가지인, 무속적인 배경을 지닌 일부 노래들을 포함하는 한국의 민요가 이십세기 이후 등장한 전문가들에 의해 예술적으로 변화된 형태로 담겼습니다."고 말했다.
또" 이춘희 명창은 한국에서 비공식 국가처럼 불려지는 아리랑의 여러 버전으로 음반을 시작합니다. 일부는 악기 없이 노래로만, 일부는 한국전통악기의 연주가 포함되었으며 불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훌륭한 노래인 회심곡 2곡이 마지막으로 실려 있습니다. 불어와 영어로 번역된 음반 내지도 다른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만큼 충실합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춘희 명창의 독일음반비평가상의 수상은 작년 3월 프랑스의 유서 깊은 음반관련상인 ‘아카데미 샤를크로’에서 이재화, 박현숙, 김영길 명인의 산조음반 3장이 ‘월드뮤직상’을 수상한 이후 1년 만에 다시 독일에서 수상한 것이다.
이는 곧 한국전통음악의 원형이 유럽의 주류음악계에서 예술성을 평가받는 중요한 계기로, 세계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전통음악의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춘희는 오늘날 한국에서 경기민요를 노래하는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다. 뛰어난 창자(소리꾼)는 통상 명창이라는 말로 부르는데, 이 때문에 이춘희는 통상 ‘이춘희 명창’이라고 호칭된다.
이춘희는 1947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했으며 가수가 되고 싶어서 대중음악학원에 다니고 싶어했으나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했다고 전해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세 무렵 우연한 기회에 한국전통성악에 두루 능했던 이창배 명창과 정득만 명창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경기민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안비취 명창에게서 본격적인 훈련을 받았는데, 워낙 타고난 천부적 소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안비취 명창에게서는 노래뿐만 아니라 평소 언행과 품행을 엄격하게 배웠으며, 안비취의 수제자로서 1980년대 중반부터 대중들에게 본격적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춘희는 1997년 스승인 안비취가 타계하자 뒤를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으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두 차례 (2003~2005, 2011~2012)에 걸쳐 역임했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