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기자 | 2014.05.23 17:36:27
한국의 회사는 성장시대를 지나 수성시기가 된 듯하다. 회사가 다시 예전처럼 가파른 성장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변수가 있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의 의지와 비전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 기업은 유명 인사를 초청, 강연과 토론의 장을 만든다. 강사의 의미 있는 한 마디가 기업을 살릴 수도 있다. 각 기업에서 찾는 인기 강사 중 한 명이 방용운 씨다. 짧은 시간에 변화를 심는 명강사로 알려진 그의 강의 현장을 시리즈로 중계한다.<편집자 주>
“프로를 지향하십니까? 아마추어를 추구하십니까?” 강의 초입에 항상 묻는 질문이다.
청중은 큰 목소리로 “프로”라고 외친다. 다시 묻는다. “그럼,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뭔가요?” 손으로 돈 모양을 그리면서 “이것은 빼고요”라는 단서를 단다. 순간 묵묵부답이다. 2,3초 후의 궁여지책 표현은 전문성, 책임감 등이다. 어느 회사, 어느 직급, 어느 직무인에게 물어도 약속한 듯이 똑같다. 신기하다. 왜 그럴까? 왜 상투적인 답으로 획일화 된 것일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크게 2가지다. 시작은 작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크게 벌어지는 차이다. 바로 ‘태도’와 ‘디테일’이다.
먼저, 디테일을 생각한다.
여러 이야기가 가능하다. 핵심을 찌르면 아마추어는 열심히 산다. 그러나 프로는 열심히 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까? 청중은 ‘지독하게, 미친 듯이, 즐기면서’ 등의 의견을 낸다.
필자는 말한다. “프로는 제대로 삽니다. 또 남은 시간에 건강관리 하고,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잠시 멈춰 인생 방향도 점검합니다.” 강의실에는 공감 분위기가 감돈다. 아마추어에 대해 궁금한 눈빛이다. “그런데 아마추어는 뭐가 그리 바쁜지 건강 포기하고, 가족 신경 안 쓰고 열심히 삽니다.” 이곳저곳서 작은 웃음이 터진다. 청중 사이에 느낌표가 확산된다.
다음, 태도를 생각한다.
“제가 볼 때 더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아마추어는 주로 무슨 탓을 하며 살까요?” 즉각적으로 ‘남 탓’이라는 답이 나온다. 사람은 답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남 탓은 나의 문제를 내가 아닌 주변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많은 사람의 탓은 비슷하다. 실무 직원들의 탓하기다.
“일을 하려는데 회사가 시스템을 받쳐줘야지 말이야. 이런 옛날 시스템과 환경으로 무슨 성과를 내라는 건지. 한심해”, “다른 팀은 리더로 부터 배울 점도 있고, 존경할만한 구석도 있던데 우리는 어디서 이런 진상이 하나 내려와서 환장 하겠네.”
책임자급의 탓도 만만치 않다. “다른 팀은 팀원들이 재빠르고 손발도 척척 맞던데, 우리는 어디서 이런 띨띨한 것들만 모아놔서는 답답해. 내가 다해야 되고.”
그런데 과연 그럴까. TV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고수들이나 김연아, 박지성 같은 스타나 비즈니스 프로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자. 그들은 무슨 탓을 할까. 그들도 억울하거나 변명하고 싶은 상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핑계가 아닌 자신 탓을 한다. 프로는 자기 탓을 한다. ‘나 하기 나름’의 의지가 강하다.
필자는 청중에게 말한다. “저는 오늘 ‘내 탓이오’라는 마음으로 강단에 섰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오늘 교육을 위해 입소한다고 전날 늦게까지 술 드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또 잠을 못자 수면이 부족한 분, 주중의 많은 업무로 극히 피곤한 분도 계실 것입니다. 만약 교육 내내 졸거나, 유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나,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면 누구 탓일까요?”
이럴 때 유쾌한 성격인 사람은 “강사 탓이요”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무슨 의미인지 알기에 “저희 탓입니다”라고 한다. 동시에 강사와 청중은 크게 웃으며 공감대가 형성된다.
필자는 이야기 한다.
“제 입장에서는 강사 탓입니다. 여러분이 음주 상태이거나, 피로누적으로 몸이 천근만근 상태라도, 그것은 이미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를 탓하며 여러분의 태도를 들먹인다면 저는 경력에 상관없이 아마추어에 불과한 것입니다. 교육 중에 청중이 존다면 전적으로 강사 잘못입니다. 강사가 안 졸리게 하면 됩니다. 교육내용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면 역시 강사 탓입니다. 재미없다고요? 그것 역시 제 탓입니다. 강사인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청중은 달라집니다.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결코 청중 탓이 아닙니다.”
강사 중에는 아마추어도 있다. 아쉬움을 청중으로 돌리는 사람들이다. 강사들로부터 “그 회사는 교육태도가 개판이야.”, “그 회사 직원들은 질문하는데 대답도 안 해.”, “열심히 말하는 데 아예 엎드려 자고, 일부는 인상 쓰고”라는 불평을 가끔 듣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 강사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강사는 그 점까지도 예상하고 등단해야 한다. 매번 강의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많은 경력의 가수도, 인기 스타도 무대에 오를 때마다 데뷔 기분으로 임한다. 그만큼 어렵기에,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게 남 앞에 서는 일이다. 따라서 청중은 강사 하기 나름인 것이다.
극한의 상황도 극복할 준비가 돼야 한다. 그런 강사는 남 탓을 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 같은 자세로 항상 강의나 강연을 한다.
필자는 본격 강의에 앞서 다시 한 번 청중의 열망을 불태우게 하는 질문을 한다. “여러분, 정말 프로를 지향하시나요? 아니면 아직까지 아마추어에 머물러 계신가요? 그것부터 점검하며 교육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방용운
기업교육 15년째인 필드고수다. 회사의 목소리와 현장의 함성을 강의에 제대로 담는 ‘강의의 달인’이다. (주)런투 컨설팅 교수실 실장이고, 윌슨러닝코리아 교수 그룹장을 역임했다. http://blog.naver.com/bangp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