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6색의 추상작품을 통해 다양한 상상력에 집중하는 것에 주목한 이번 전시는 여러 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의 1편, 2편을 일컫을 때 쓰는 말인 'Tome 2'를 타이틀로 정했다.
'Tome 2'는 첫 번째 편이 아닌 그 다음 편 즉, 두 번째 편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편이 기왕에 구축된 사고와 전통을 위시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가능성을 탐구할 수 없다면 두 번째 편은 바로 그 첫 번째의 구축된 사고와 전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세잔에서 그 전통을 찾고 있는 프랑스 추상미술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 칸딘스키의 뜨거운 추상으로 정의되며, 그 정점을 맞이했다.
이 후 많은 작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재해석 되면서 프랑스 추상회화의 전통과 맥을 이어왔다. 이 후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다양하게 변화 발전해 왔다.
프랑스 현대 추상회화의 맥을 잇고 있는 이들 여섯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작품 각각이 지니고 있는 독창성과 현대 프랑스 추상회화의 현 주소와 그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중 장 마르크 톰므멘(Jean Marc Thommen), 제롬 부트랭(Jérôme Boutterin), 파비엔느 가스통-드레이퍼스(Fabienne Gaston-Dreyfus), 이수경(Soo Lee)은 칸딘스키의 뜨거운 추상의 계보를 잇고 있고 올리비에 고우르빌(Olivier Gourvil), 올리비에 필리삐(Olivier Filippi)는 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의 계보를 잇고 있다.
장 마르크 톰므멘(Jean Marc Thommen)은 무의식적인 선 드로잉을 통해 화면이 지닌 공간적 한계를 개념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즉, 화면을 단순한 그리기의 공간에서 대상을 개념화 할 수 있는 공간과 쓰기의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제롬 부트랭(Jérôme Boutterin)은 인간의 실존을 그리는 행위 즉, 드로잉으로 치환해 어디선가 본 듯 한 풍경이라든지 때로는 격정적이면서 때로는 부드럽게 흐르고 있는 의식의 흐름들을 추상해 내고 있다. 그는 다양한 드로잉적 흔적들을 자신의 추상적 결과물이 시각화 될 때까지 수 없이 많이 중첩시킨다.
파비엔느 가스통-드레이퍼스(Fabienne Gaston-Dreyfus)는 색이 지니고 있는 강렬한 에너지를 통해 자신의 경험들을 추상하고 있다.
올리비에 고우르빌(Olivier Gourvil)은 생동감 넘치는 화면 구성으로 대상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형태들을 추상한다. 관객들은 반대로 지극히 단순화되고 추상화된 형태의 원래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 역 추상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올리비에 필리삐(Olivier Filippi)는 색을 철저하게 단순화 시키는 기법으로 화면을 색의 고유한 영역으로 치환시킨다. 색 자체로 치환된 화면을 작가는 날카로우면서도 절제된 색 면으로 분할한다. 이렇게 분할된 화면은 마치 작가가 빛을 추상해 놓은 듯 하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작가인 이수경(Soo Lee)는 색 면 드로잉을 통해 작가의 그리는 행위 그 자체의 흔적들을 추상한다. 우선, 작가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조형적 요소들을 불규칙적으로 마치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그리는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진 듯 다양한 색과 면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 행위의 결과들을 작가의 조형적 감각으로 다시 추상한다.
오는 6월 2일까지 진행되는 ‘Tome 2'전은 한국 현대미술 내에서 추상회화는 유행처럼 한번 지나간 유물처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으로서 추상의 개념을 넓히고 더 나아가 시대를 읽는 작가 정신의 일환으로서 추상을 받아 드린다면 새롭게 작가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낼 것이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