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혜 시인은 1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시집 '사랑굿'의 작가로서, 196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한국문학상, 한국 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한 국내 대표 여류시인의 한 사람이다.
행복이’는 김초혜 시인이 2008년 당시 초등학교 2년생이던 자신의 첫 손자 재면 군에게 1년 동안 매일 쓴 편지 365편을 엮은 책이다. 손자에 대한 절절한 내리사랑을 편지로 써서 선물한, 잔잔하면서도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노래다.
김초혜 시인은 이미 연작시 ‘어머니’를 통해 어머니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신앙으로 통하는 각별한 것임을 우리에게 보여준 바 있다. 이번에는 보고 있어도 그리운, 그 탄생부터가 이미 삶의 행복이 된 사랑하는 첫 손자에 대한 그지없는 마음을 하루하루 편지에 녹여 담았다.
이 책은 손자를 향한 할머니의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의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직접 손으로 쓴 365일간의 기록이자, 남편도, 연인도 아닌 손자를 향한 365편의 연서(戀書)다. 김초혜 시인은 200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일 년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손자에게 쓴 365편의 편지를 담은 가죽노트 5권을 고이 간직해 오다가 지난해 재면 군에게 중학교 입학 선물로 줬다.
이 편지에는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로, 평생을 독서가로 살아오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지어온 시인으로, 사회와 세상의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시대의 큰 어른으로 손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겼다.
김초혜 시인은 손자가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이라고 해서 찬사와 축복만을 쏟아내진 않았다. 험한 세상을 살아야 할 손자에 대한 걱정과 결코 만만치 않을 풍파에 그가 다치지 않고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저자는 어렵고 힘든 사람을 외면하지 말고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세상의 잣대로 성공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단단하고 의연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진정 소금과도 같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정보화 시대인 요즘에는 자녀교육서가 범람하고, 온갖 자녀양육법에 대한 정보가 넘친다. 하지만 모두들 자기 자식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어려워한다. 또 남들에게 좋다고 내 아이에게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 점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갖는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현재 국제중학교에 재학 중인 재면 군은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청소년으로 자라고 있다. 이 책은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두뇌가 좋았다는 사실보다, 착하고 바르고 과묵한 아이였다는 점을 칭찬하고 독려하였던 할머니의 지극한 관심과 사랑이, 그 마음과 기도가 한 사람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우리 시대 많은 부모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지은이 김초혜 △펴낸이 시공미디어 △376쪽 △정가 13800원.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