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공근혜 갤러리 측이 마이클 케나의 '솔섬' 작품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공근혜 갤러리 측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대한항공이 사용한 '솔섬' 사진이 저작권을 침해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다. 

당시 대한항공은 "공근혜 갤러리 측이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저작권 침해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도 않았으며, 대한항공이 어떠한 위법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판결로 밝혀져 기쁘다"고 밝혔다.

이 판결로 인해 "우리나라 자연을 독점하려는 애국적 시각" 과 "대기업의 횡포로 부터 작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풍경사진 저작권 범위에 대한 국내 최초의 '솔섬'소송은 1심 선고만이 내려진 가운데, 원고 측인 공근혜 갤러리측이 항소를 제기했고, 현재 공판 기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그 판결에 이목이 몰리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진행된 지적재산권 아트 톡을 통해 김형진 변호사(법무법인 정세)는 "대상을 촬영할 때 많은 조사와 노출 속도 빛의 세기 그리고 카메라의 조리개 조정 등 누구나 동일한 카메라로 촬영하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면 우리나라 전문 사진작가들은 직업적으로 사망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라며 2심 공판을 통해 저작권에 대한 철학의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으면 그렇게 나오는데, 독점이 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현장에 가서 촬영한 사진은 상대측의 이야기대로 나오지 않고, 볼품없이 촬영됐다"고 말했다.

김형진 변호사는 "누구나 카메라로 촬영하면 케나의 사진과 같다고 하는데, 어불성설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촬영한 사진을 어떤 이유에서 판결을 내린다면, 저작권을 지킬 수 있겠냐"며 "다음 재판 때는 판사와 함께 현장에 가서 직접 촬영을 해볼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영국의 사진가 마이클 케나(61)와 대한항공이 솔섬 사진을 놓고 벌이고 있는 법적 다툼이다. 케나가 2007년 찍은 '솔섬'과 비슷한 사진을 대한항공이 광고에 사용하면서 문제가 제기됐다.

케나의 국내 에이전시인 공근혜 갤러리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3억 원의 '저작권 위반'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광고에 등장한 사진은 2010년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입선작이다. 대한항공은 이듬해 이 사진을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라는 문구와 함께 TV광고 '솔섬 삼척'편에 사용했다. '솔섬'의 원래 명칭은 '속섬'이다. 케나가 이곳의 풍경을 촬영한 뒤 '파인 트리스(pine tress)'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솔섬'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번 판결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사진 저작권에 대한 첫 사례일 만큼 그 결과가 가져다 줄 파장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작가가 그린 그림이나 목숨과 수년 동안 공을 들인 사진을 아무나 사진기로 촬영해 사용한다면 창작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사전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는 우연의 결과라기보다는 수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 그리고 창작자의 열정과 감성이 고스란히 배어든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저지르고, 지적이 없으면 조용히 넘어가려는 대기업들의 용두사미식 행태는 오랜 관행이었다. 이번 저작권 공판 최종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셔터를 내리고 대외 활동을 잠정 중단한 마이클 케나, 그 대리인 공근혜 갤러리가 다시 화랑가에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