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최원석 기자) 공공재정을 절감하고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회적 투자(social investment)’를 부산에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사회적 투자는 민간 자금이나 금융 기법을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해 사회적 가치와 적정 금융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재원조달 방식이다. 기업이나 투자회사의 비체계적인 기부나 자선활동이 본래의 인도적 가치를 극대화해 체계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은 8일 ‘사회적 투자의 도시 재생 적용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부산의 수요에 맞는 사회적 투자를 소개하며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 과제를 도출했다.
대규모 개발형 정비 사업이 수익구조나 도시발전 패러다임의 한계로 인해 도시재생의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민간 투자 중심의 재원구조가 공공중심형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공공재원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도시재생 지역의 사회서비스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적 투자의 도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부발연은 먼저 부산의 사회적 투자의 수요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부산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참여자와 부산시 공무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사회적 투자에 대한 인식 수준은 53.3%로 비교적 높았다.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민간투자가 이뤄지듯이 사회, 문화, 복지 분야에서도 민간투자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사회적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제도 지원이 46.7%로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민간의 적극 투자가 23.7%로 뒤를 이었다. 부산시의 역할로는 적절한 사회적 투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순위로(43.7%)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사회투자기금 조성(25.3%)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 사회적 투자가 가장 필요한 분야로 36.3%가 문화 분야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도시재생이 27.3%, 보건/의료가 16.3%, 환경이 14.7%의 순이었다.
최근 선 민간투자 후 공공보상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추진에 있어 30.3%가 실행 기관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27.1%가 프로젝트의 적절성, 23%가 정부 또는 기관의 보증 정도, 19.3%가 성과 측정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사회적 투자가 활성화 될 경우 민간 투자자의 사회적 가치 실현(43%)과 민간 분야의 일자리 증대(32%)가 기대되는 반면, 영리 추구 기업에 의한 사회적 투자 시장 왜곡(44.3%), 객관적인 성과 측정 여부(22.7%)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투자형태 및 공공투자와의 협력방식에 따라 선 민간투자 후 공공보상형, 불특정 다수 민간투자형, 민간·공공 협력투자형, 공동체 협동투자형 이 네 가지로 분류하여 도시재생에 적용할 만한 사례와 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부산형 사회적 투자 정책으로는 사회성과연계채권 발행, 크라우드펀딩 공공매칭 프로젝트 개발, 공공기금의 사회가치투자 활용, 지역밀착형 마을기금 조성 등 도시재생을 위한 사회적 투자 프로그램 개발이 제안됐다. 또한 제3섹터형 사회적 투자 중간운영기관(intermediary) 설립, 지역 기업의 사회공헌과 연계한 부산 사회적 투자 환경 조성, 500억 원 규모의 사회적 투자기금을 금융권·대기업·지역기업·부산시가 공동으로 출연해 ‘부산 사회투자재단 설립’, 부산의 사회적 투자 생태계 조성, ‘부산시 사회적 투자 지원 조례’ 제정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투자가 활성화 될 경우, 재정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재생·복지·문화 관련 인프라의 활용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커뮤니티 단위의 맞춤형 투자가 확산되고, 정부의 재정투자와 민간투자 사이의 간극(gap)을 보완해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도시재생 효과의 극대화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사회적 투자가 도시재생에 적용되고 사회적 경제 전반에 정착되기 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재정 필수 사업과 사회적 투자 사업 영역의 혼선을 극복해 기존에 수행하고 있는 공공 책임의 복지사업이 축소될 우려를 해소해야한다. 또한 사회적 투자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성과 측정 기법의 개발, 법적․제도적 지원, 도시재생특별법에 사회적 투자를 흡수할 수 있는 내용의 법 개정, 사회적 투자의 지역생태계 조성 등이 요구된다.
연구책임을 맡은 김형균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 투자가 “공공은 공공재정을 절감하고, 민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적정이윤을 실현하고, 제3섹터는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 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투자는 세 영역이 윈-윈 할 수 있는 정책”이라 설명하며 “재정난 시대의 새로운 투자패러다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