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전변헌 원내대표가 8일 모든 임기를 마치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5월15일 여야 원내사령탑에 올라 전반기 국회를 이끌었던 두 사람은 전날 국회에서 고별기자회견을 갖고 그간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를 맞아 강력한 집권여당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했던 최경환 원내대표, 그러다보니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도 적지 않았다.
반면, 브레이크 없는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전병헌 원내대표, 이 때문에 발목잡기 또는 인질정치라는 오명도 함께 들어야만 했다.
두 사람은 지난 1년간 숱한 정쟁과 대립 속에서 나름 운영의 묘를 선보였다. 하지만 청와대 눈치 보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최 원내대표와 당내 강경파에 휘둘렸다는 지적을 사고 있는 전 원내대표는 리더십의 한계를 보이면서 여야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강대강 대치…법안처리는 역대 최고치 기록
지난해 5월 최경환-전병헌 두 원내대표 체제의 출범은 ‘강대강’ 대결 구도를 예고했다. 실제로 최 원내대표는 ‘강한 여당’을, 전 원내대표는 ‘선명 야당’을 내세우기도 했다. 정권 초 두 사람 모두 강경일변도를 유지했고, 대치정국은 격화될 수밖에 없었다.
강대강으로 대치했던 길목마다 마주했던 두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경환-전병헌 원내대표의 호흡은 비교적 잘 맞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회선진화법 하에서도 19대 국회 전반기 법안처리 실적이 역대 정부 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만 봐도 이는 잘 알 수 있다.
두 원내대표 재임 기간 국회의 법안처리 실적은 1039건으로, 노무현 정부(430건)와 이명박 정부(817건) 당시 같은 기간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일 기초연금법이 처리된 것은 전적으로 여야 원내대표 협상의 결과였다. 기초연금법은 당초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차기 원내대표에게 공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두 원내대표가 협상 끝에 수정안을 도출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청와대-강경파 눈치…리더십 부재 지적
지난 1년 굵직굵직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두 사람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이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등은 국회 공전사태를 불러왔고, 그럴 때마다 두 사람의 리더십이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특히,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친박(친박근혜) 실세’ 최 원내대표와 당내 강경파에 휘둘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전 원내대표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최 원내대표는 7일 고별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은 녹록치 않았다. 정말 힘들었다”고 언급한 뒤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일을 하는 상생의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기 위해 역대 최악의 정치적 조건 속에서 많은 애를 썼다”고 토로했다.
전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사상 최악의 불통과 독주로 치닫는 박근혜 정부와 맞서야 하는 원내대표로서 강력한 투쟁 요구가 특히나 빗발친 시기였다”고 지난 1년을 회고했다.
이어 “‘종북 불통’으로 상징되는 정부여당의 벽을 충분히 뛰어넘지 못했고, 선명 투쟁을 기치로 내거는 당내 벽도 완전히 넘지 못했다”며 “일상적 협의와 담판을 통해 원활한 국회 운영을 정착하려 했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