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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금피아·해피아…공기업 낙하산 확장 ‘도 넘었다’

[심층분석] 세월호 참사로 ‘그들만의 리그’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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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5.07 14:23:05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양수산부와 산하 기관·단체 간의 낙하산 인사·유착 관행이 비난받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로비.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원인 중의 하나로 관료 조직의 폐쇄적인 이기주의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부처 산하·유관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리꽂힌 ‘관피아’(관료+마피아)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 출신 인사들이 산하기관을 장악해온 것을 마피아(MAFIA)에 빗댄 ‘모피아(MOFIA)’가 진화를 거듭하며 금융계의 금피아, 산업계의 산피아, 해양수산계 해피아 등으로 곁가지를 치고 있다. CNB가 실상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원조 모피아’, 금피아·산피아·해피아로 진화
방만경영 38개 공공기관장 절반이 ‘관피아’
무소불위 금융권력 ‘금피아’, 금융권 완전 장악
산업부·국토부·해수부, 새로운 노른자위로 부상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간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등 관련 단체의 각종 부실·비리, 안전불감증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은 선박의 부실 안전점검,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소홀, 민관 유착 의혹에 이 단체들이 깊숙이 관여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지검 역시 특별수사팀을 꾸려 해운업계의 구조적인 비리를 캐고 있다. 검찰은 전직 관료 출신 8명이 경영진으로 재취업해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선급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선급은 정부대행 선박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국내 선박의 등급을 매기거나 품질검사를 독점해오고 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부원찬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 전영기 한국선급 회장, 주성호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등이 줄줄이 사퇴했다.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은 전직 관료들의 대표적인 재취업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가 주요 ‘적폐’로 지적한 공공기관 방만·무책임 경영의 배경에도 관피아가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확인한 결과, 7일 현재 정부가 지정한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 기관장 38명 가운데 18명(47.4%)이 ‘관료 출신 낙하산’이었다.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중부발전·한국전력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 등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한국거래소·한국투자공사·한국예탁결제원·한국조폐공사·예금보험공사 등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이 각각 수장으로 내려앉았다.


부산항만공사(해양수산부), LH공사·철도시설공단(이상 국토교통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농림수산식품부), 그랜드코리아레저(문화체육관광부) 등에도 해당 부처 관료 출신이 수장이었다. 


한국마사회(감사원)·한국가스기술공사(중앙인사위원회)·지역난방공사(정치인) 등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낙하산이 내려온 케이스다.


핵심 임원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상임감사는 36명 가운데 19명(52.8%)이, 비상임이사는 238명 가운데 74명(31.1%)이 관피아였다. 상임이사는 121명 가운데 22명(18.2%)으로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이들 관피아(총 133명)를 부처별로 분류하면 기획재정부 출신이 42명(15.8%)으로 가장 많고 산업통상자원부(40명·15.0%), 국토교통·해양수산부(38명·14.3%), 감사원·군(각 22명·8.3%), 대통령실(14명·5.3%) 등의 순이었다. 산하기관을 다수 보유한 산업부와 국토부, 해수부가 관피아의 새로운 ‘노른자위’로 떠오른 것이 특징이다.

 

▲서울 중구 태평로 금융위원회. (사진=왕진오 기자)


‘금피아’ 연봉 최대 5억원 넘어


금융감독원 출신 등이 금융권에 포진해 있는 ‘금피아’도 여전히 막강하다. 금피아의 원조는 옛 재정경제부 출신들로 이뤄진 ‘모피아’다. 현재는 기획재정부를 비롯,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출신 전체를 통털어 ‘금피아’로 칭하고 있다.


정부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와 금융위, 금융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금감원은 각종 금융정책 결정권과 인허가권 등 시장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카드사들의 텔레마케팅 통제를 비롯, 은행들의 대출 관련 규제, 보험사들의 영업 행태 감독, 심지어 금융사들의 금리결정권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금융지주·은행·보험·증권의 상위 3~5개사의 금피아 출신은 모두 124명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는 시중은행(45명), 금융지주(41명), 증권(21명), 생명보험(9명), 손해보험(8명) 등으로 나타났다.
 

옛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 우리금융지주 이용만 사외이사(전 재무부 장관), 신한금융지주 김석원 사외이사(전 재경부 과장)와 남궁훈 사외이사(전 재경부 세제실장) 등이 대표적인 ‘금피아’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 삼성증권의 김성진 사외이사(재정경제원), 대우증권 신호주(재경부)·강정호(재정경제원)·박진규(재경부)·김상우(금감원) 사외이사, 우리투자증권의 한택수(재정경제원) 사외이사, 현대증권 임승철(금감원) 감사 등이 관료 출신이다.


관피아·금피아들이 가져가는 보수도 일반 사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기관장 보수가 가장 많은 공공기관은 ‘금피아’들이 포진해 있는 금융공기업들이다.


기업은행장의 최근 3년간 한해 평균 연봉은 5억원을 웃돌았다. 수출입은행장은 지난해 5억3000만원을, 산업은행장은 5억원을 받았다.


역대 기업은행장 22명 가운데 내부승진은 3명에 불과했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단 1명도 없었다.


부처별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기획재정부가 연간 3억8000만원, 금융위원회는 3억6000만원으로 1,2위였다. 산업부 산하 기관장들은 1억8000만원, 세월호 참사로 비난 여론이 거센 해수부 산하 기관장들의 연봉도 평균 1억7000만원에 이르렀다.

 

▲주요 공공기관장 보수.(출처=알리오)


밀월·유착 관행, 이번엔 바뀔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단체 간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원전 비리 사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 한전기술 등이 형성한 ‘원전마피아’의 실체가 밝혀져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는 선박의 안전점검·관리 등과 관련, 해수부와 산하 단체들 간의 유착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인선회’가 정관계를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였는지를 캐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관계 로비 정황을 확보되면 해수부와 항만청 등 관계기관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관료출신들이 주로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로비스트로서 정부를 상대하고 있는데, 여기서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열린 ‘모피아 개혁과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한국금융은 정책, 감독, 업계, 대형로펌 등을 모두 ‘모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모피아 왕국’으로 전락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엄격한 중립성에 기반한 금융정책과 감독이 이뤄지길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소속된 한 고위직 공무원은 “공공기관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문성 있는 인물을 영입해야 하지만 관료 출신들이 자리를 꿰차는 현실에서는 앞날이 없다”며 “‘관피아 낙하산’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독립성·객관성을 갖춘 인사 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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