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우혁은 'Stirring Still: 마음을 흔드는 고요'라는 주제로 숲을 통해 깊은 내면을 표현한 회화 작품 20 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주로 자신의 거주비 주변을 거닐며 포착한 숲, 호수, 하늘을 목탄과 채색을 활용해 나타낸다. 숲은 작가에게 힘들었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삶에 대한 아픔과 그 기억을 담담하게 내려놓는 마음의 방이다.
전시 작품 '우울한 날'은 심리적 고통의 순간에 찾았던 숲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뿐 아니라 단순히 독일의 특정 지명을 제목으로 하는 여러 작품들에서도 그의 모순적인 심리와 고통,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나며 심리적 트라우마, 내면의 복잡한 요소들이 연작의 성격을 지닌 단색조의 풍경들로 시각화된다.
전시 제목인 '마음을 흔드는 고요'에서 암시되듯, 강한 감정의 파도는 역설적으로 잔잔한 숲으로 표현된다. 일상적 자연이지만 사람이나 짐승이 없고, 시간이 정지된 듯 흑백이 제한된 색채로 펼쳐진 숲은 친근함 보다는 낯선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의 시각으로 변형된 숲은 강박, 반복적으로 표현되는데, 이를 통해 완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동시에 숲은 힘겨운 삶에서부터 차단되어 상처를 온전히 보듬을 수 있는 피난처로 작용한다.
애나한은 'Da Capo'라는 주제로 삶의 여정과 그에 대한 사유를 설치와 입체 작품으로 선보인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에 대한 감정, 미래에 대한 생각을 공간속에 풀어낸다. 유년기 기억을 담은 방, 현재의 불안에 관한 공간, 고단한 작가의 여정을 대변하는 입체 등은 다양한 재료들과 빛과 색채의 섬세한 변화와 함께 드라마틱한 공간으로 구성된다.
주어진 공간에 대한 인상을 빛과 색채로 표현해왔던 기존의 작업 방식에 자신의 과거의 삶, 내면을 내러티브 형식을 통해 담는 것은 새로운 시도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감각적인 공간 연출이 돋보이는 입체 및 설치 작품 여섯 점을 관람할 수 있다. 음악 용어인 'Da Capo'는 '처음부터'라는 뜻을 함축한다.
세계 각국의 잘못된 주소로 보낸 100여 개의 편지들은 다시 돌아와서 전시장 벽을 장식한다.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을 통해 영적인 느낌을 고취시킨다.
이 편지들을 통해 결국은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삶의 순환 구조를 강조함과 동시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삶에 대한 의지와 치유를 암시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