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출점’ 논란으로 촉발된 토니모리 사태는 3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회사와 가맹점주간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며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CNB가 토니모리 본사와 가맹점주들, 중재에 나선 을지로위원회 등을 전방위 취재, 양측의 얘기를 들어봤다. (CNB=도기천 기자)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토니모리 재조사 착수
을지로위원회 결국 양측 중재 실패…한계 드러내
상생약속 불구, ‘근접출점’ 놓고 갑을 법정 공방
지난해 5월 남양유업 ‘영업사원 막말 사태’로 발화된 갑을 논란은 그해 7월 화장품 가맹본부(대리점)와 본사 간의 물량밀량내기, 근접출점 논란 등으로 번졌고, 당시 막 출범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아모레퍼시픽, 토니모리,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등 화장품 전문기업들을 상대로 실태 파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본사로부터 ‘갑의 횡포’를 당한 가맹점주들의 피해 사례를 모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자 지난해 8월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 앞으로 “가맹점과의 상생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상생이행을 약속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초 자사 브랜드인 아리따움의 경영주·가맹점주로 구성된 아리따움가맹점협의회와 상생협약을 타결했다.
을지로위원회가 토니모리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한 이유는 아모레와 달리 상생약속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오지 않아 현재까지도 갑을 논란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CNB에 “토니모리는 상생협약을 맺지 않아 논란이 돼 온 대표적인 사례”라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를 중재해 상생협약을 이끌어 내려 했지만 서로 간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는데, 최근 가맹점주의 피해 주장이 다시 제보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모레의 경우, 당시 협약에 따라 가맹점 물품 공급가를 낮추고 프로모션 분담의 회사 지원율을 타사 대비 높은 수준으로 확대했다. 또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폐업을 앞둔 가맹점에 대해 위약금 폐지 및 환입 지원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토니모리는 을지로위원회와의 상생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근접출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근접출점은 기존 가맹점 인근에 새로운 가맹점을 본사가 허가하는 것으로, 갑을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돼 왔다. 기존 가맹점이 인구 이동이 빈번한 ‘노른자위’에 위치에 있을수록 본사가 그 지역에 새로운 가맹점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본사 입장에서는 기존 대리점이 독차지해오던 수익을 새로운 가맹점과 나눠도 두 가맹점 모두 경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그리한 것이지만 기존 가맹점주들은 이를 ‘밀어내기’로 보고 있다.
‘근접출점’ 놓고 갑을 신경전 ‘팽팽’
CNB가 지난해 갑을 논란 때 ‘근접출점’의 대표적인 피해사례로 꼽혔던 토니모리 전주점, 여수 여천점, 제주 연동점의 현재 상황을 확인한 결과, 여전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전주점의 경우, 재계약을 3개월 앞둔 2010년 8월 토니모리 본사가 계약 종료를 통보해왔다. 이에 항의하자 그해 11월 전주점과 53미터 떨어진 거리에 전주고사점이 개점했다.
이 사례는 지난해 7월 을지로위원회 정책간담회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이후 토니모리 측의 상생약속이 있었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사점의 경우도 전주점을 폐점하는 조건으로 입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주점이 그대로 유지되자 본사에 항의해 5000만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으나 올해는 지원이 끊긴 상태다.
전주점은 고사점의 입점 이후 매출이 반토막난 상태다. 전주점 조영길 대표는 CNB에 “지난해 국회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광주지사장이 찾아와 고사점을 정리하겠다고 말해놓고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2011년부터 근접출점을 허가해준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2012년까지 2년치 손해액으로 토니모리가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양측 모두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조 대표는 2012년 이후 손실액 1년치를 추가, 2억원 가량을 청구한 상태다.
이와 관련 토니모리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불복한 것이 아니라 판결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합의금으로 제시했지만 전주점이 이를 거부해 소송이 계속된 것”이라고 밝혔다. 근접출점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주점을 위해 전주고사점을 폐쇄하면 또다른 피해를 낳게 되는 것이라 어느 한 쪽을 폐쇄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엉뚱한 곳 불똥 튈라…울며겨자먹기 합의
전주점과 마찬가지로 제주 연동점도 본사가 80미터 거리에 신제주점을 내주는 바람에 지난해 본사와 큰 마찰을 빚었다. 지난해 11월 더 이상 근접출점을 문제 삼지 않기로 본사와 합의했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뒤끝이 개운치 않다.
민유재 연동점 대표는 2011년 3월 본사와 첫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4월 재계약을 했지만 얼마 후 신규 매장을 하나 더 오픈하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추가로 개설할 매장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사이, 연동점 80미터 거리에 신제주점이 새로 오픈했다.
이에 민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토니모리 본사를 제소했다. 제소하면서 매출감소의 증거자료로 경쟁사인 A사 대리점의 매출자료를 제출했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입수한 자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민 대표는 자료를 건네준 사람이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정위 제소를 반려했다. 더 이상 근접출점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본사와 합의한 것.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월 정의훈 토니모리 대표는 연동점을 찾아 근접출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표하며 매장 인테리어 무상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본사로부터 진열장(VND) 설치비용 1000만원은 별도로 부담해 달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민 대표는 당시 심정을 “농락당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민 대표는 토니모리 본사와 신제주점 간의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현재 제주도에는 연동점과 신제주점, 시청점과 지하상가점포 등 총 4개의 토니모리 가맹점이 있다. 민 대표의 점포 코앞에 매장을 새로 낸 신제주점 A대표는 연동점을 제외한 나머지 제주지역 매장들의 소유자다. A대표는 전국적으로 30개의 매장을 소유한 화장품업계 ‘큰 손’으로 통한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물이다 보니 신제주점의 계약위반 행위에 대해 지적해도 본사가 눈감아 주고 있다는 게 민 대표의 주장이다.
민 대표는 CNB에 “근접출점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한 만큼 더 이상 말할 게 없다”면서도 “신제주점의 부당포인트 적립 행위, 타사 제품을 매장에서 판매한 행위 등에 대해 본사에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렇다할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사와 가맹점간의 계약내용에 따르면, 가맹점이 2회 이상 계약사항을 위반할 경우 본사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토니모리 측은 “신제주점의 계약위반사항에 대해 이미 1회 경고 조치를 내렸고, 추가로 이런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중히 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여천점 소송·고발 잇따라…갑을 ‘치킨게임’
토니모리 여천점 역시 2012년 9월경 불과 100미터 거리에 신기점이 오픈하면서 지금까지 본사와 다투고 있다. 여천점의 사례는 전주점, 연동점의 경우 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여천점 김선미 대표는 신기점이 문을 열기 직전, 본사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자 토니모리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그러자 토니모리 측은 김 대표에게 가맹계약 해지의 소를 제기했다.
이에 맞서 김 대표는 억울한 심정을 ‘다음(daum) 아고라’에 올렸고, 본사는 김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에는 고객 마일리지 포인트를 임의 사용한 혐의로 본사로부터 형사고발 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이같은 사실을 국회 을지로위원회에 털어봤다.
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두 건의 형사고발, 공정위 제소, 민사소송 등이 잇따른 것이다. 형사고발된 건들은 무혐의로 끝났지만, 쌍방 간에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국회에서 이 문제가 크게 이슈화됐고, 공정위도 토니모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후에도 본사 태도가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고객 마일리지를 임의로 사용하는 행위는 고객피해를 유발시키는 행위라 본사 차원에서 엄단하고 있다”며 “법원에서의 무협의 판결은 형사책임을 면했다는 의미지, 본사와 가맹점간 지켜야할 룰을 어긴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합의금을 제시했지만 이를 거부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상생노력을 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모니토리 측은 논란을 빚고 있는 가맹점들과는 별개로 회사 차원에서 분기별 반품 제도를 신설하는 등 가맹점주들의 입장을 고려한 표준계약서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가 큰 틀에서 양측의 합의를 중재하고는 있지만, 합의 금액까지 이끌어 낼 수는 없어 한계가 있다”며 “토니모리의 경우, 사측과 가맹점주 간의 간극이 커 중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년간 계속돼 온 토니모리 사태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공정위는 공정위대로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며 “보다 강제력을 가질 수 있는 범정부-시민단체 차원의 갑을 관계 대책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