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박근혜) 성지’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예상을 깨고 비박계 권영진 전 의원이 최종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친박계 현역의원인 서상기, 조원진 의원은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하면서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권 전 의원은 29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구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모두 1418표를 얻어 1위를 차지,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1182표를 얻어 2위를 기록했고, 서상기, 조원진 의원은 1182표와 928표를 각각 얻어 3위와 4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대구는 박 대통령의 고향이자 여권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그런 점에서 비박계 권 전 의원의 후보 선출은 지역뿐 아니라 여의도 정가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역정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30일 CNB와 만난 자리에서 “당초 친박계 서상기·조원진 의원 중 한명이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관측됐다”며 “비박계 인사가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현 정부 실책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권 전 의원 선택은 민심 이반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이 대구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친박계 인사들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권 전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한 적이 있다”며 “친박이니 비박이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새누리당 인사 모두가 친박이지, 비박이 어디 있느냐”며 “권 전 의원은 지난 대선 캠프에서 전략조정단장을 맡는 등 박근혜 정부 출범에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런 점이 높게 평가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박계 인사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구에 정치적 기반이 전혀 없는 권 전 의원이 출마 선언 100여일 만에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된 것은 상당한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일반 여론조사에서 권 전 의원은 그간 3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친박계는 대구시장 경선 결과가 부산 등 여타지역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타 지역 경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30일 부산시장 선출과 함께 대전시장, 충남지사, 강원지사 후보자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된 권 전 의원은 대구 청구고와 고려대를 나와 서울시 정무부시장(오세훈 시장 시절)과 18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을 지냈다. 대구시장 선거는 권 전 의원(새누리당)과 김부겸 전 의원(새정치연합)의 양자대결로 치러질 예정이다.